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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land Nov 27. 2023

출근을 좋아하다고 말해도 될까요.

나는 사실 출근을 좋아한다. 아니 잠시만 이렇게 선언하듯 좋아한다고 말해도 될까? 왜인지 또 번복하고 싶을 거 같지만 부분적으로는 사실이다. 평생 집에서만 일할래 아니면 평생 회사에 출근해서만 일할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고민의 여지 없이 출근을 택할 것이다. 사실 언젠가는 프리랜서의 삶을 꿈꾼 적도 있지만, 자유롭게 나의 방식대로 일을 하는 것과 집에 틀어박혀 일 하는 것은 좀 다른 문제이니까 말이다.


사실 처음에는 정신승리인가 싶기도 했다. 뭐 아무리 부정해봤자 내일 출근해서 일을 해야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임으로 불행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의 뇌를 속이는 방법이 최선일 테니 말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회사에 출근했다고 생각하거나 그것도 영 이입이 되지 않는다면 저녁에 운동을 배우러 가기 전에 회사에 잠깐 들렀다고 생각하거나, 사회성을 기르는데 돈까지 준다고 생각하는 등의 밈처럼 사람에 따라 여러 버전이 가능할 것이다. 불행에 매몰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내 두뇌의 풀가동! 의 결과인데 싶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사실이었다는 것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단 3일 정도에 불과했던 것 같다. 첫 날은 꽤 즐거웠다. 침대에 누워서도 일하는 게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그렇게 고통받아야 했던 지난한 출퇴근의 여정을 떠올리며 탄식을 금치 못했다. 자연 재해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위험과 대중교통에서 낯선 타인과 마주치며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 사고들을 떠올리며 혁신이라고 외쳤던 것 같다. 재택 근무 둘째 날에는 금새 익숙해 졌고, 셋째 날에는 다소 쳐졌다.


출퇴근에 에너지를 쏟지 않았는데 쳐졌다니? 나는 무언가 답답하고, 기운이 없었으며 하루라도 빨리 출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록 보고 싶지 않은 누군가를 마주해야 할지라도 나에게는 장소의 전환이 너무나도 필요했다. 블루투스 키보드와 각종 메모가 산만하게 놓여있는 내 공간, 나는 나에게 제공된 자리에 앉아있을 시간이 필요했다. 장소의 전환은 나에게 스트레스이기 보다는 의식의 전환이었다. 몸을 움직여서 걸어가고, 사람들과 아침 인사를 나누고, 집과는 완전히 분리된 공간에 앉았을 때 집중되는 느낌을 위해 나는 지난한 출퇴근을 해낼 의사가 있다…


그러니 내일의 출근도 나는 무사히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사실 출근을 좋아한다기 보다는 싫어하지 않는다가 보다 적확한 표현이 아닌가하는 마음이 글을 맺기도 전에 스멀스멀 떠오른다. 하지만 이미 썼으니 이제는 아침의 내가 후회해도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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