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inaland Nov 20. 2023

일상에 마감 끼워넣기

이번에도 절대 늦을 수 없다…. 연체도 벌금도 용납 불가. 내 일상의 별표 다섯 개, 어느새 자연스럽게 녹아든 잊을 수 없는 중요한 마감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의 마감은 일주일에 한 번씩, 또 하나의 마감은 3주에 한 번씩 돌아온다.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오는 마감은 바로 지금이다. 매주 일요일 밤 열두 시. 뭐라도 써야 한다. 처음에 시작은 셋이었다. 뭐라도 쓰고 싶은데 마감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성격상 규칙을 만들어야 했다. 그것도 같이, 혼자만의 약속은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도 많으니까. 현재는 인원이 늘어나서 여섯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마감을 준비하고 있다. 글을 올리지 않으면 벌금이 무려 25만 원이나 되기 때문에 이제는 어떤 핑계도 무의미할 뿐 절대 늦을 수 없다. 게으름을 이겨내는 지독한 자본주의의 힘인지 아니면 어디에선가 나와 같이 고통스러워하며 마감을 준비하는 동료들 덕분인지 다행히 아직까지 벌금을 내고 있지 않지만, 이대로면 아슬아슬하니 경각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매번 이번에는 정말 마감을 어길 것 같다는 두려움에 휩싸이지만 그럼에도 절대 평일에 미리 쓰는 법은 없다. 일요일 오후부터는 아주 초조해지고, 저녁이 되면 벌 받는 기분으로 방구석을 서성이지만 그럼에도 어떤 영감도 쉬이 찾아오지 않는다. 한번쯤은 미리 쓰면 좋겠건만, 매번 소재를 찾아 헤매다 겨우 한 가지 단상을 잡아내면 그제야 겨우 예열된 상태로 무언가를 써내게 된다. 가끔은 겨우 찾은 소재도 쓰다 보니 이거 영 엉망이다 싶을 때도 있지만, 쉼 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호락호락하지 않고 내놓기 부끄롭다는 생각을 겨우 이겨내며 글 발행 버튼을 클릭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마감은 3주 간격으로 돌아온다. 도서관에서 7권의 책을 빌리고 반납하기까지 연체 없는 프로 대출러인 나에게 도서관이 허락한 시간이다. 연체되면 딱 그만큼의 기간 동안 책을 다시 빌릴 수 없다. 심지어 여러 권의 책을 빌렸다면 대출불가 기간은 책의 권수에 따라 배수로 늘어난다. 특히나 인기 있어서 다시 빌리기 힘든 책은 일상을 쪼개서라도 마감을 정확히 기억하고 최대한 소화해야 한다. 기간을 맞추지 못하면 구천을 떠도는 혼령처럼 다시금 책을 조우할 날까지 헤매고 다니는 처지가 될 터이다.


반납 기한이 급박할 때는 보통 출근길과 퇴근길에 책을 쥐고 다닌다. 가끔씩 대중교통을 타고 다닐 때면 걸어 다니면서도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목격하게 된다. 저러다 어디 걸려서 넘어지면 어쩌나 걱정되면서도 걷는 와중에서 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 책은 대체 얼마나 재미있는 책이려나 싶어서 곁눈질로 책 제목을 유심히 살피게 된다. 그런데 내일 까지 반납해야 한다거나 하는 상황에 놓이면 나 또한 환승을 하러 걸어가면서 책을 읽는 사람이 돼버리곤 한다. 내가 마주친 사람들도 나처럼 기한을 어기지 않으려던 사람인가 싶어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보통은 그렇게 읽을 때 제일 몰입이 잘 된다.


그리고 오늘의 나는 두 가지 마감을 동시에 마주해야 하는 공교로운 상황에 처했다. 일요일 밤의 마감을 완수해야 할 뿐 아니라 내일까지 반납해야 하는 책의 3분의 1 정도를 남겨 놓고 있다. 여행을 떠났다 돌아오는 기차에서 책을 읽다 소재를 찾다 하다 보니 결국 뭐 하나 흡족하게 마무리하지 않은 채 시간은 흘러 버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떻게든 마감을 해야 하는데, 과연 이번 마감은…..??!!

작가의 이전글 본가에 들어오고 나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