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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land Jan 15. 2024

<누구나 아는 비밀>을 보고 끝나지 않는 밤

아쉬가르 파라디 영화/ 스포 있음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누구나 아는 비밀>의 시작은 매우 평화롭다. 스페인의 목가적인 풍경이 인상적인 작은 마을에서 열린 결혼식. 음악과 춤, 그리고 술, 흥겨운 마음에 저곳에 들어가서 함께 춤을 추고 싶다고 생각할 즈음에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여주인공 라우라의 딸이 순간 납치되어 사라진다. 누가 납치한 것인지는 오리무중인 가운데, 납치범은 엄청난 돈을 요구한다.


그런데 여주인공 라우라는 과거의 연인이었던 파코에게 엄청난 이야기를 한다. 지금 납치된 자신의 딸이 현재 남편의 아이가 아니라 당신의 아이라고. 파코 입장에서는 청천벽력이다. 마을에 축제처럼 열린 결혼식에 참석해 축제를 즐기고 있었을 뿐인데, 아니 얼굴도 그날 처음 봤을 뿐인 말괄량이 여자아이가 자신의 딸이었다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 각 잡고 열심히 들어보니, 라우라가 결혼을 해서 마을을 떠나기 전날 밤에 파코와 하룻밤을 보냈고, 딸은 그때 생겼다는 거다. 이렇게 된 이상 지금의 납치 범죄 현장은 더 이상 전 연인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사건으로 위로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파코는 현재 약혼자와 사이가 냉담해지는 상황을 감수하며 자신의 전 재산의 절반을 딸을 찾아오는데 쓰게 된다.


존재조차 몰랐던 딸과의 감동적인 재회. 무사히 돌아온 건 너무 다행이긴 한데, 이제 끝나지 않을 고민이 시작된다. 우리는 15년 전에 자신의 저지른 일에 어디까지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의도하지 않았던 일의 결과에 대해 나는 어디까지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인가. 생물학적 유전자를 제공했을 뿐 아이의 탄생과 성장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파코는 여전히 가족으로서 의무를 져야 할 위치인 걸까. 가족의 범위는 어디까지 인가. 밤은 깊고 영화는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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