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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이란 말을 자주 쓰시나요?

김민기를 되짚어보며

by NINEBELL

사람들은 누군가를 '존경한다'는 말을 흔히 하지만, 사실 세상에 진짜 존경이란 단어를 붙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조금 불편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사람이란 존재가 원래 실수투성이고 불완전하기에, 남들이 포장해 준 겉면을 살짝만 들춰내면, 대단해 보이던 사람도 '결국 다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매체에서는, 사람의 겉면 만을 평가의 잣대로 활용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정작 요즘 필요한 배려심이나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더욱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인지, 우리가 진짜 존경할 만한 사람은 주변에 분명 존재하지만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음악이나 영화라는 소재는 내 인생에 굉장히 큰 영향을 줬는데, 부끄럽게도 김민기라는 위대한 인물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학전'이 문을 닫는다는 기사를 통해서가 시작이었다. 스치듯 들어만 본 '학전'이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난리인 건가 궁금해졌었고, 그 중심에 '김민기'라는 인물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의 삶에 대해선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글에선 언급하지 않겠다.)


'김민기가 진짜 존경할 만한 사람이다'를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세상엔 모두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이것이 옳다', '저것이 옳다'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다만, 세상에 화려하게 빛을 보는 사람 하나가 있기까지, 그 뒤엔 스스로 잊혀갈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늘 그 자리에 머무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 정도는 기억해 주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게 '김민기'라는 인물과도 잘 어울리는 답례라고 생각한다.


몇 개월 더 전에, '어른김장하'(최근 다시 이슈가 되는 그 작품이 맞다)라는 다큐영화가 있었다. 그 작품에서 김장하 어르신이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지탱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또한 주목받지 않은 채로 고령의 나이까지 한결같이 살아왔다.


세상엔 여러 가치가 있지만 무엇을 쫒느냐는 개인의 자유이다.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는 가치가 우선되는 것 또한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이 항상 좌충우돌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지금도 어디선가는 또 다른 '김민기', '김장하'가 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과, 화려한 가치가 빛이나는만큼 그렇지 않은 가치가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R.I.P 김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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