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an Crain
어느 건물에선가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왔다. 그 선율에 기대어 종종 누군가를 기다려본 적이 있는 나는, 이제는 기다림을 지워도 될 것 같았다. 저녁에서 깊은 밤으로 넘어가던, 불빛들이 발등으로 스며들던, 그 밤들을 놓아버려도 될 것 같았다.
어둠의 터널들을 통과해나가는 이런 밤에는, 걸음마다 어둠이 느리게 묻어나는 이런 시간에는, 온종일 끌고 다녀야 했던 지난날들이 지워져, 내 허기와 가난함마저 지워져, 그래서 내가 나를 조금은 용서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아량들이 갑자기 주어지는 이런 날에는, 한 계절이 다시 다른 계절로 옮겨가는 이런 즈음에는, 나지막한 목소리를 내어도 괜찮을 것이다. 그저 온몸에 힘을 빼고 자주 기울어졌던 저녁들을 털어내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