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llstones
익숙함이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삶이란 건 쉽사리 익숙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익숙해져서는 또 뭐 할까 싶기도 했다. 그저 바다색으로 푸르게 물들었다가, 그저 가을날 단풍색으로 붉게 물들었다가, 겨울날 눈이 온 후의 세상처럼 하얗게 되어버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르겠다 싶었다. 어쩌면 그것이 삶인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어둠이 완강한 새벽이다. 잠들지 못하니 깨어 있고, 깨어 있다 지치면 잠들겠거니 하며 넘겨온, 이 뿌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된 불면이 여전히 내 곁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직도 내게 빈틈이 많은 까닭일 것이다. 이 불면이 내가 가진 유일한 익숙함이다.
포도향이 코끝을 찔러 대는 탄산수나 마찬가지인 술도 쓴 밤, 삶의 불안은 기척도 없이 등 뒤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