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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영 May 27. 2022

봄날, 벚꽃 그리고 너

Epitone Project


세븐스프링스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약간은 투박하던 느낌의 의자들과 벽들을 지나 우리는 바깥이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았다. 이미 창밖으로는 짙은 어둠 속 화려한 불빛의 야경들이 내려와 있었다. 우리는 바깥의 차가운 냉기를 담은 외투를 벗고, 마음속의 우울도 함께 의자 위에 걸쳐두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적당히 낮은 조명은 사람을 돋보이게 한다. 당신의 옷에 묻은 얼룩이 붉었던지 혹은 빛이 바랬었는지, 당신의 신발 뒤축이 얼마나 낡았었는지, 당신이 하루 동안 견디어야 했을 피로의 무게도 조금씩 지워낸다. 그리하여 적당히 붉고 적당히 낮은 채도의 조명은 우리들의 얼굴과 손과 발에서 따뜻함의 무게만을 건져낸다. 

당신이 원한다면, 나 역시 당신에게 적당한 어둠으로 스며들길. 너무 환하여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지 않으며, 너무 어두워 당신과 나를 잠식하는 어둠은 되지 않길. 배려와 존경, 그리고 위안이 우리 사이에 함께 하길, 그렇게 나는 당신을 읽는다. 당신이란 독서는 쉬이 질리지 않으며, 행간과 행간 사이의 그윽한 깊이가 또한 나를 미소 짓게 한다.

테이블마다 세팅되어 있는 커다란 나무볼이 인상적이다. 나무의 질감은 밝고 따뜻하다. 이런 사소한 것 하나에도 곧잘 감동하는 것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이긴 하지만, 아직 세월이 가져가지 않는 유연함일 거라고, 낙천적으로 생각하기로 한다. 아직 시간이 가져가지 않은 또 다른 것들이 좀 더 말랑말랑하게 우리 곁에 머물러 있길 바라며, 싱싱하다는 채소들과 다양한 소스들과 파스타를 당신에게 건넨다.

눈앞에 선 당신의 웃음소리가 간지럽다. 녹차 무스 케이크나 아이스크림, 초콜릿이 듬뿍 들어간 쿠키들처럼, 당신도 내겐 달콤하다. 자꾸만 앞으로 흘러내리던 긴 머리카락. 옅은 갈색을 띤 당신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몇 번이나 귀 뒤로 넘겨주었던가. 손끝에 와 닿는 따뜻한 체온. 아이처럼 환한 당신의 웃음이 가볍게 공기 중으로 퍼진다. 당신의 작은 것 하나에도 두근거려졌던 이 밤이 계속되길, 그렇게 나는 당신을 웃음에 담고, 눈에 담고, 영원할 것 같던 그 순간에 담는다. 

그거 알아? 잘 웃는 사람은 한편으로는 잘 울기도 하는 사람이라는데, 당신이 웃는 동안, 당신의 가슴 속에는 또 어떤 슬픔들이 맑게 찰랑거리고 있는 걸까. 채 밖으로 나오지 않는 말들이 진한 커피와 함께 가슴으로 흘러들어오던 밤, 그 밤이 다시 되돌아온다면, 나는 오래도록 당신의 손을 잡을 텐데. 조금 더 당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불안에 겨워 흔들리던 당신의 눈빛을 다독여줄 텐데. 괜찮아, 괜찮아, 라고. 다시 그 밤이 되돌아온다면.





@ 봄날, 벚꽃 그리고 너 - Epitone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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