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3)
사실 다른 친척들이 다니는 약학대학, 일본 직장 등도 방문할까 했으나
이는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이제 단순히 피해자에서 벗어나 나를 브랜딩 하기로 했다.
우선 시작은 방송을 하면서 받은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명목은 이랬다.
"저는 피해자였고, 지금도 피해자입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제 조금씩이나마 이를 이겨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많은 분들의 도움을 잊지 않고, 다른 피해자분들 역시 저처럼 아픔을 이겨낼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부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만들어 올렸다.
반응은 역시나 좋았다.
그리고 나의 선함을 칭찬하고 친척들의 악행을 비난하는 사람은 더욱 늘어났다.
사실 이는 철저히 계산적인 행동이었다.
내가 착한 사람이 될수록 친척들은 악인으로 규정될 것이고 더 고통받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그리고 그 계산은 나름 들어맞았다.
친척들에게는 분명 나는 악인이었고, 기부 역시 정말 착함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친척들은 이제 밖을 다닐 때 눈치 보면서 다니는 신세가 되었고
나는 피해를 딛고 일어난 사람이 되었다.
내가 단순히 선함을 추구할 때와는 사뭇 다른 결과였다.
결국 악을 이긴 것은 선함이 아닌 더 크고 계획된 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