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말했다.
"'만성 시 불감증'입니다".
'안성시 불광동?'
똥그란 눈으로 물끄러미
오물거리는 입술을 쳐다본다.
네모졌다, 동그래졌다. 닫혔다 열리는 입.
저게 소리이고 말인가 보다.
고칠 수 없다. 불치병, 아니 불시병(不詩病).
그러니까 내가 시를 보는 일은
신문 사설과 논문과 뉴스, 소설과 다를 게 없다.
시를 봐도 시인 줄 모를 것이란다.
그럼 사설과 논문과, 뉴스를, 소설을
시 보듯 하면 되지 않냐고 물었다.
그건 니 마음이란다.
의사라는 인간이 참내...
병원을 나와 처방대로 돈까쓰를 먹으러 갔다.
치즈는 내 선택, 달콤한 향에
"이것도 시인가"
낮게 읊은 말, 낯선 여자의 눈에 멎는다.
그 검은 우주 속 우리의 아이들은 평안하고 행복하길...
모른 척 포크에 치즈를 돌돌 말아 입에 넣는다.
몹시(詩)도 부끄러워 미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