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shrinking back

by 노이지페이지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 고등교육을 받은 지성인으로서 수많은 상황에 대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경험치가 쌓이지 않은 낯선 상황에서는 지르고 후회하거나 지르지 못해 후회하거나, 어쨌거나 후회를 한다.


후회는 자책을 동반한다. 원망의 화살이 나에게 날아와 꽂힌다. 내가 그렇게 했더라면,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지난날의 내가 만들어 낸 지금이 못마땅하다. 자꾸만 뒤돌아 지난 나를 째려보느라 현재의 소중한 것들을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다.



사상가 권지용은 영원한 것은 절대 없다고 주장했다. 배민문방구의 때수건은 다 때가 있다며 우리를 위로한다. 한정된 인생을 사는 우리에게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찰나의 순간을 놓치는 것만큼 후회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이 계절에서만 맡을 수 있는 냄새, 지루한 일과 중 동료가 날린 소소한 농담, 누군가의 수고로움으로 풍성해진 식탁. 거창하지 않더라도 오늘 내가 누릴 수 있는 찬란함을 찾아내보자. 이런 오늘이 쌓이다 보면 지난날을 뒤돌아 보지 않을 만큼 충분히 충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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