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baked
생기다 말았다. 친조모 故김준열 여사께서 골골대는 가족들을 놀리시던 말이다. 우리 가족 중 유독 생기다 만 나는 얼마 전 또 응급실을 찾았다.
이 검사, 저 검사받으며 움직이는 것도 힘들고 몸이 너무 아프다 보니 불만이 터져 나왔다. 쉼이 간절했지만 응급실 간이침대는 예민하기 짝이 없는 몸뚱이에겐 너무 딱딱하고 차가웠다. 온 신경이 바짝 곤두서 평소에는 잘만 참던 주사뿐만 아니라 모든 걸 참기가 힘들어졌다.
어느 정도 수액이 들어가니 주변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새파랗게 젊은이의 폭주하는 마음을 아실 리 없는 옆 베드 할머니는 연신 띵호와, 아리가또를 외치며 간호사의 친절함을 칭찬하시고, 보호자의 수고스러움에 감사를 표하고 계셨다. 무슨 일로 응급실에 계시는지는 상황은 보이지 않았지만 젊은 나보다 통증이 심하실 터. 내면마저 생기다 만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면서 마음이 누그러져 스륵 잠이 들었다.
어레스트요! 겨우 든 잠을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한 곳으로 빠르게 온 인력이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 모든 말소리가 작아지고 누구 하나 본능적으로 입을 열지 않았다. 의료진들의 묵직한 분주함이 실내를 가득 메웠다가 어느 순간 아스라이 흩어졌다. 한참 전에 비어버린 수액통을 바라보며 망설이다 쭈뼛쭈뼛 간호사를 호출했다. 급한 환자를 보느라 신경을 못 썼다는 사과에 흰 천에 미처 가려지지 못한 앙상한 두 발이 아른거린다. 조금만 더 기다릴 걸, 사람 되려면 아직도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