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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니니 Apr 25. 2022

06. 잘못 끼운 첫 단추

 생각해보면 아빠와 일 하는 것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아빠는 내가 아빠의 회사로 오길 바랐고 나를 온갖 감언이설로 유혹하셨다. 퇴근 후 기타를 배울 수 있게 해 준다던지, 내가 필요한 시간을 가족이니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런 유혹들에 나는 넘어가버렸다. 사실 이것들을 100% 믿지 않았다. 아빠와 30년 가까이 살았는데 순진하게 모든 것에 믿고 속을 리 없었다. 단지 내가 착각한 것이 있다면 아빠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노동을 하셨고, 그것을 나에게도 강요하셨고, 나는 내 생각보다 더 힘이 없다는 것이다.

 평균 회사에 있는 시간은 14시간이다. 점심 식사시간 1시간, 저녁 식사시간 1시간을 제외하면 쉬는 시간 없이 12시간을 회사에서 온전히 일을 해야 됐다. 기름과 녹 가루에 범벅이 된 쇠를 들고 나르고 가공을 했다. 어마어마한 노동의 시간들이 나를 힘들게 했다. 나의 간수치는 술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급격히 올라가서 결국은 약을 먹으며 정기적인 검사를 해야 됐다. 그럼에도 부모님은 내가 약해서 그렇다고 했다. 60이 다 된 아빠는 할 수 있는데 30도 안된 나는 왜 못하냐고 배려 없는 채찍질을 하셨다. 나의 마음을 가족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시간들이었다. 

 그럼에도 아내의 선포 이후 나는 피나는 노력으로 일 년 동안 아내를 거의 100번을 만났다. 그리고 우리는 2013년 11월에 결혼을 했다. 결혼을 새로운 가족과 새로운 출발이었다. 부모를 떠나 온전한 나의 삶을 사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특히나 '노동의 영역'에서 나를 놓지 않으셨다. 나는 계속해서 하루 14시간씩 회사에서 일을 했고, 아내는 혼자 나를 기다렸다. 아침에 나를 보내고 자정까지 혼자 집에 있었다. 자정에 돌아온 나는 내일을 위해서 서둘러 씻고 잠을 자야만 했다. 우리 부부는 대화할 시간이 조차 없었다. 서로를 알아가는 신혼부부의 단꿈은 타인들의 이야기였고, 나에게는 하루하루 생존을 위한 수면만이 필요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출근을 한다. 아침 9시부터 23시-24시까지 일을 한다. 간혹 바쁜 일이 있다면 철야근무도 했다. 국경일도 없이 일을 했으나 보너스도 없었다. 아빠와 떨어져 있는 유일한 날인 일요일에는 첫째라는 이유로 벌초, 가족모임에 불려다였다. 그 사이 잃어버린 내 건강보다 더욱 빠르게 우리 부부는 멀어지고 있었다.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아질까 기도하고 고민했던 시간들이 쌓이고 싸여 어느덧 취직한 지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9년 동안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루 24시간 중에 14시간을 회사에서 일을 했고, 출퇴근 1-2시간 정도를 포함하면 나는 16시간을 회사에 쏟아 받쳤다. 나는 회사를 위해 뼈와 생명을 갈아 넣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는 사이 아내와는 그저 집을 공유하는 사이 정도가 됐다. 대부분의 대화는 카톡으로 했고, 이야기가 길어지면 잠을 잘 수없기 때문에 진지한 이야기는 서로 삼가했다. 이게 우리의 신혼생활, 결혼 생활의 전부였다.


 잘못 끼운 첫 단추는 나비효과처럼 나의 모든 것을 망가트리고 있었다. 파도 앞의 모래성처럼 나의 모든 것은 쉽고 빠르게, 때론 아주 천천히 하지만 완벽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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