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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니니 May 02. 2022

07 그래, 떠나자

우리의 여행은 이제 시작이다.

 결혼 한지 5년이 되었다. 이렇게 살 수 없다고 느꼈다. 아빠의 가족을 위해 일을하는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나의 가족이 망가지는 것은 두고 볼 수 없었다. 이 시간들이 쌓이면서 나에게도 우울증이 왔다. 출퇴근길에 누군가가 우리의 차를 받아버렸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했다. 입원을 하면 잠은 실컷 잘 수 있을테니까... 입원을 하면 사랑하는 아내를 지금 보다는 조금 더 볼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하늘에서 무엇인가 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삶은 무기력했고 희망도 없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겨우 살아졌다. 가만히 있다가 눈물이 흘렀고, 아파트 복도에 서서 뛰어 내리고 싶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자정이 되어서 집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살고 있는 내가 너무 불쌍해서, 하루종일 집에서 날 기다린 아내에게 미안해서... 살고 싶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리집이 있는 곳까지 올라갔다. 복도식 아파트인 우리집은 밑이 아주 잘 보였다. 아주 오랜 시간 살아 온 우리집은 정겨운 곳이지만 어쩌면 이곳에서 내 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염없이 아래를 바라보고있었지만 뛰어내릴 용기가 없었다. 죽고싶은 마음보다 떨어지는 두려움이 나를 휘감았다. 눈물을 훔치고, 호흡을 가다듬고 뒤를 돌아 현관물을 열었다. 아내가 웃으며 마중나왔다. 이 시기에 아내가 없었다면, 부모님과 살고 있었다면, 나는 정말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나의 상황을 몰랐다. 안부를 물으면 언제나 잘지낸다고 말했고, 다들 이렇게 사는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렇게라도 해서 다들 나 같이 산다고 단정 짓고 싶었다. 아내가 있다는 것은 나에게 참 좋았다. 아내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의 고통을 이해할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의 피로, 나의 상처, 인간관계와 두렴움을 모두 이해해주는 유일한 존재이다. 나의 치부를 보여줄 수 있고 나의 약한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존재는 아내뿐이다. 물론 부모님과 더 오랜시간을 보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모님은 나를 잘 모르신다. 나를 사랑하지만 나를 잘 모르신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른다. 본인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이상한 애라고 치부하고 바꾸라고 다그치실뿐이다. 하지만 아내는 달랐다. 나의 존재를 이해해줬다. 아내가 있어서 나는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어느 날 아내에게 말했다.

"츄야, 우리 외국가서 살아볼래?"

 아내는 갸우뚱하며 무슨 쥐새끼 야옹하는 소리인가 싶은 표정으로 물었다.

"외국? 어디?"

"음, 생각안해봤는데 좀 조용한 곳... 뉴질랜드나, 캐나다 같은곳."

"그래? 잘 생각해봐. 근데 뉴질랜드는 너무 조용해서 내가 심심할꺼같아."

"그럼 우리 캐나다로가자."

"그래, 떠나자."


그렇게 우리 부부의 캐나다 행이 결정 된 순간이다.

아내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아내의 최고의 여름휴가는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함께 있는 것이다. 그런 아내가 한국을 정리하고 나와 함께 외국으로 떠나기로 결심해줬다. 본인의 성향과 어려움보다는 나를 배려한 선택이었음을 알고있다. 아내의 저 한마디는 나를 살리는 한 마디였다.


그래,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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