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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니니 Jun 13. 2022

13 멍청페이 비기닝

 세상에는 수많은 페이가 있다. 네이버 페이, 카카오페이 같은 온오프라인에서 결제할 수 있는 우리 삶의 편리한 페이가 있고, 일한 만큼 받지 못하는 쓰레기 같은 열정 페이도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나에게는 멍청해서 돈을 더 지불하는 멍청페이가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인생은 배움의 연속이며, 이 배움을 위해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가를 적절히 잘 지불한다면 우리는 성장하고 꿈을 이룰 수 있으며 이것은 가치 있는 소비로 인식될 것이다. 반대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학습이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는데 예컨대 연초에 비싼 돈을 들이며 가지도 않을 헬스장에 몇 달씩 선결제를 하는 멍청한 짓, 영어공부를 하겠다며 1년 치를 학습권을 결제 후 제대로 하지 않는다던지... 뭐 이런 것들... 새해나 새로운 시작 앞에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에 휩싸여 반복하며 멍청하게 돈을 버리는 것... 그것이 바로 멍청페이다. 이 멍청페이는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어도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글을 쓰다 보니 '나의 근본이 멍청한가?'라는 회의가 들기도 하네...

 캐나다라고 나의 멍청함은 가만있지는 않았다. 위니펙은 관광지도 아니어서 구경할 것도 별로 없었다. 캐나다까지 왔는데 이곳에만 계속 있기는 아까워서 거주지를 토론도(Totonto, ON)로 옮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한 달 뒤면 지금 머물고 있던 위니펙 집의 계약이 끝나기도 했다. 이건 마치 우리에게 주거지를 옮기라는 계시 같았다. 절호의 찬스의 힘입어 캐나다 국내선 항공권 예약을 위해 에어캐나다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마침 '환불불가 특가 세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이건 계시가 확실하다. 서둘러 우리의 집의 계약이 끝나는 날 위니펙을 떠나 토론토로 가는 항공권을 예약을 했다. 군대에서 배운 선조치 후보고에 힘입어 예약 후 아내에게 말했더니 아내는 "오빠가 생각이 있으니까 했겠지, 알아서 잘해~"라는 격려를 해줬다.

 모든 일이 순조로웠고 일사천리로 해결되는 것 같았다. 나는 새로운 도전 중인 캐나다 살이도 중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에 스스로 대견해 마음이 들떴다. 신대륙을 찾아 떠나는 탐험가의 마음으로 진정 흥분했다. 토론토에서는 나이아가라 폭포도 멀지 않아서 차를 타고 갈 수 있었고, 도깨비의 도시인 퀘벡도 가까워서 언제든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아내가 좋아하는 빨간 머리 앤의 고향인 에드우드 아일랜드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위니펙에는 없는 한인타운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고, 이곳에서 볼 수 없는 대형 쇼핑몰인 이튼센터도 가 볼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어학원에 다니면서 영어를 익힐 수 있을 것이라는 가장 '합당한'이유가 있었다. 나의 모든 이유는 나의 행동을 응원해주는 것 같았고, 수많은 이유를 만들고 합리화했다. 모든 준비는 완벽했다. 이제는 토론토에서 살 집만 잘 찾으면 우리는 위니펙의 삶을 정리하고 새로운 도시, 새로운 땅 토론토로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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