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익숙한 것들이 참 많이 있다. 다만 우리가 모르고 살아갈뿐. 언어, 음식같은 문화적인 것부터 매일 출퇴근 하는 길, 살아온 동네 골목길 구석구석같은 공간적 익숙함도 있다. 또한 매일 만나는 사람들, 친구, 가족과 같이 익숙한 관계도 있다. 우리는 익숙함속에서 평안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외국에서 산다는 것은 이 익숙함을 모두 등지고 새로운 익숙함을 만드는 삶이다. 새로운 익숙함을 만든다고는 하지만 기존에 내가 사용했던 언어, 먹어왔던 음식등을 쉽게 잊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쉽게 적응을 잘하고 삶의 방식이 이곳 사람들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나는 특히 한국 음식이 그리웠다. 그리워도 여간 그리운게 아니었다. (자장면이 그렇게나 먹고 싶었다.) 한국에서는 잘 먹지도 않던 음식들이 유난히도 먹고 싶어지고 그랬다. 그렇다고 나는 이곳 음식을 잘 못먹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예상외로 아내보다 내가 더 잘먹었다. 나는 캐나다 음식중에서는 퀘벡 지방의 전통음식인 푸틴(Poutine, 감자튀김에 그레이비 소스를 가득 올리고 모짜렐라 치즈를 곁들인 칼로리가 매-우 높은 음식) 을 좋아하고 즐겨 먹었다. 매주 2-3번은 꼭 먹을만큼 푸틴을 즐겼다. 저렴하고 쉽게 먹을 수 있었고 냄새도 심하지 않아서 카페에서도 많이 팔아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캐나다 마트에서 내가 제일 먼저 사고, 제일 자주 사는 것은 바로 '김치'였다. 식료품 창고에 파스타면은 떨어져도 냉장고에서 김치는 떨어지면 안됐다. 한국에서 아내는 김치를 즐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 캐나다 음식은 아내가 김치를 찾게 만들었다. 아내는 김치전을 찾고 김치 볶음밥을 찾았다.
한국 사람들에게 김치는 진정한 소울 푸드다. 한국 사람들은 채소를 보면 '이걸로 김치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부터 한다는 말이 가짜는 아닌 것 같다. 하긴 수박 하얀 부분으로 수박기치를 만들고 사과로 사과김치도 만든다. 심지어는 굴로도 김치를 만드는 민족이 바로 우리 민족이다. 우리의 김치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바게트같은 걸까,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스파게티 같은게 아닐까.
어쩌면 익숙함이란 우리의 삶의 기반이다. 나를 지금까지 존재하게 했던 한 조각이다. 나를 존재하고 했고, 나를 만든 기반이자, 나 자신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내 이름은 장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