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펙에서의 나의 일상은 자유로움 그 자체이다.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한다.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다른길로 빠져도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정확하게 말해서 나는 할 일이 없다. 이곳 시차에 완전히 적응한 우리는 느즈막히 일어나 건단함 아침을 먹는다. 아침이라고 해도 거창한 것은 없다. 둘이서 햇반하나에 볶음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후라이 하나 반숙으로 해서 김치와 함께 비벼서 먹는다. 별 것도 아닌데 한국적임의 끝판이다. 그러곤 카페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저녁 식사를 위한 장을 보고 과자를 먹고 영화나 한국의 방송을 보면 하루가 끝이다. 이것이 신선놀음이 아니고 무엇인가.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수입이 없어서 맥주 한 캐도 마음대로 마실 수 없고, 하루 한끼를 제외하고 맘껏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자칫 게으르기 딱 좋은 지금 우리의 삶이지만 우리는 알차게 하루하루를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나라, 처음들어온 도시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삶이 흥분과 즐거움이 없다면 살아갈 동력을 잃어버린 것과 같았다. 이곳 사람들은 자신의 도시이 자부심이 있고 이 도시의 역사를 다음 세대에 알려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시청 앞에는 우리가 모르는 (어쩌면 이 곳 사람들도 모를 수 있는) 사람들의 동상이 있고 과거 유럽 사람들이 대항해시대에 북아메리카로 넘어와서 살아간 역사와 인디언들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 각 도시마다 있었다.
박물관을 알아보다 위니펙 아트갤러리(Winniprg Art Gallery : WAG)를 찾았다. 마침 이곳에서는 프랑스 화가인 '클로드 모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오귀스트 로댕의 작품도 함께 전시가 되어있었다. 아내가 좋아하는 클로드 모네의 작품과 생각하는 동상의 주인공인 로댕의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이 됐다. 심지어 거기엔 마르크 샤갈의 작품도 있었다. 아니 위니펙에 이 위대한 사람들의 작품이 모두 모여있다고?! 사람들은 위니펙을 재미 없는 도시라고 생각하고 말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쩌면 사람들은 위니펙의 능력과 매력을 잘 모르고 있는게 아닐까.
주말이 지난 우리는 WAG로 가기위해서 길을 나섰다. 카메라를 챙기고, 버스카드를 챙겼다. 1인당 19CAD의 입장료와 커피를 마실 돈을 챙기고 한 시간에 한 대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약 한시간에 걸려서 WAG에 도착을 했다. 한 걸음 한 걸음 갤러리와 가까워질 수록 흥분이 커졌다. WAG에서는 모네와 로댕의 작품뿐만아니라 캐나다 원주민의 작품과 그들의 삶, 캐나다 여성 작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그렇게 도착한 위니펙 아트 갤러리는 휴관.
그렇다. 매주 월요일은 WAG의 휴일이었다. 이런 기본적인 실수를 하다니... 한국에서도 이런 갤러리는 주로 쉬는 날이 월요일인데 그걸 까먹었다. 심지어 구글 지도에서도 월요일은 휴관이라고 나왔는데 못 봤다. 이런 정보의 바다에서도 우리는 영어라는 한계를 만나서 완전한 정보제공이 되지 않았다. 물론 내 실수이다. 바보 같았다. 한 시간이나 달려서 이곳에 왔는데 아무것도 볼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려야 됐다. 갤러리만 생각해서 이 곳에서 어디로 가야될지 무엇을 해야될지 아무런 계획도 없었는데 망했다.
어쩐지 WAG의 입구에 있는 전구들이 불이 모두 꺼져있었다. 이것은 전기를 아끼기위한게 아니고 쉬는 날이라서 불을 켜지 않은 것이었다. 와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큰 맘 먹고 나선 갤러리 나들이는 다음으로 미뤄야 됐다.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도 시간이 좀 아까운 건 어쩔 수 없지만 이것 마저 우리의 또 다른 경험으로 삼아야지...
여행은 이렇게 우리에게 알 수 없는 이벤트를 주고, 잊지 못할 추억을 준다. 여행은 이래서 재미있는거지.
다음에는 꼭 다시 잘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