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름다운 니니 Aug 09. 2022

19. 송충이는 솔잎을

 어떤 사람이 내 블로그에 방문했다. 파워 블로그까진 아니지만 매일 몇 백명의 사람들이 유입되고 있는 블로그였는데 한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본 그 사람은 내 포스팅에 자신의 생각을 쏟아부었다. 아니 퍼부었다. 정확히 나의 생각과 나의 삶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댓글이었다. 한 때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욜로(YOLO : You Only Live Once,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가 얼마나 잘못되었고 허황되었는지, 워라벨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일인지 비평을 했다. 그중에 나를 가장 불쾌하게 만든 말이 있었다. 내 블로그에 공개 댓글로 달려있는 글이라 글자 그대로 몇 줄 옮겨 보려고 한다.


배짱이('베짱이'가 아니라 이렇게씀)가 게으를 수 있는 건 열심히 노력하고 일하는
다수의 개미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살아야 합니다.
개미들보고 너희들도 배짱이처럼 살아라고 꼬득이지 마란 얘깁니다.
다 배짱이 되는 날 다 굶어죽는거예요. 
배짱이들은 하루하루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냥 사세요.
자본주의에 착취당하지 않고 배짱이가 되겠다? 이런 도둑놈 심보가 있나. 
넌 자본주의에 착취가 안당하고 살려고
수많은 자본주의의 노예들의 피와 땀을 착취하고 있어.(님께 한말 아닙니다.)"


 우리의 삶은 열심히 살아야 된다. 나는 게으르게 살고 싶으나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 되는 것을 알고 있다. 비록 내가 지금 캐나다에서 한량같이 아무런 직업도 없이 돈이나 쓰고 있지만... 매일 커피와 함께 맑은 하늘을 즐기고 있지만 나는 이곳에서의 하루 또한 감사함으로 열심히 놀고 쉬면서 살고 있다. 나는 내 지난 10년의 노동의 대가를 지금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은 나의 삶을 알고 있는 사람일까? 내가 지나 온 과거를 알고 있는 걸까. 갑상선 향진증에 걸려 피로와 싸우고 호르몬과 싸우고, 간수치가 높아져서 약물로 조절하며 살고 있는 나를 알고 있는 걸까? 나는 선동하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에게 놀다 보면 우리의 노후가 알아서 해결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이 사람은 단지 내가 놀고 있는 것이 화가 난 것이다. 본인은 일하고 있는데 누군가 놀고 있는 것에 배가 아프고 분노가 차오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놀던 사람들이 본인보다 더 잘 나가는 느낌이 싫은 것이다. 자신보다 행복해 보이는 만족이 이 사람은 싫은 것이다. 돈이 많으면 많아서 그렇다고 분노할 것이고, 돈이 없으면 정신승리를 한다고 비아냥 거릴 사람이다. 

 돈보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삶이 그렇게 잘못된 것일까 늦은 밤 고민하게 되었다. 일개미는 일개미로 태어났으니 일개미로 사는 것인데 우리의 삶을 일개미 따위로 정의해버린 것이 화가 났다. 노래하는 베짱이가 일개미들에게 채찔직 하며 노동을 착취하고 본인은 노래하고 놀았던 것인가? 그렇지 않다. 동화에서는 그냥 베짱이는 혼자 놀았다. 그게 뭐 그렇게 잘못된 걸까.

 특정 사람들은 베짱이의 게으름에는 관대하지만 일개미의 게으름에는 엄격하다. 기업 총수가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가도 사람들은 경제발전을 위해서 석방해야 된다고 말한다. 비자금을 만들고 마약을 해도 풀어줘야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반대로 굶주린 생계형 범죄에는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민다. 같은 일개미들의 좋은 세상을 위한 사회운동은 폄하하고 가치 없게 스스로 만든다. 일개미들의 일탈은 같은 일개미로써 참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 사람이다.

 세상에는 일만 해야 되는 일개미는 있겠지만 일만 해야 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우리의 삶은 행복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 행복은 우리 개개인이 선택해서 만들 수 있다. 나는 내 선택으로 이곳에 왔다. 나의 노후가 걱정이 하나도 안 된다면 거짓말이다. 이건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당연한 결과이다. 누구도 내일일을 알 수 없듯 나 또한 그렇다. 하지만 나는 행복하다. 내가 쓸 수 있는 수많은 시간이 있어서 행복하다. 내가 평생 함께 하겠다고 맹세한 아내와 함께 있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아침에 늦잠을 잘 수 있어서 행복하고, 공기가 좋은 곳에 있어서 행복하다. 맥주를 마음껏 마시지 못하는 건 조금 슬프지만 그럼에도 나는 행복하다. 사람들은 '돈'을 위해 노동을 한다. 돈은 정말 중요하다 우리의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때론 절대적으로 보이까지 하지만 이 돈은 우리의 삶에 전부가 아니다. 돈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삶, 불행하다고 불평만 하는 삶은 얼마나 비겁하고 치졸한 삶인가. 나는 '욜로'에서 게으름보다 용기를 배웠다.


나는 일개미가 아니고, 행복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행복하다. 더 행복해질 거다.

매거진의 이전글 18. 가는 날이 장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