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불안함
여행을 시작할 때, 나는 내 앞에 놓인 수많은 가능성에 기뻐했다.
20살 성인이 됐을 때처럼 나의 진로를 내가 다시 한번 세팅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인간관계와 언어까지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가능성! 그 가능성이 나를 흥분시키고 나는 기뻤다.
여행 중이 나는,
내 앞에 놓인 수많은 가능성에 오히려 불안해하고 있다. 길을 잃은 어린아이 같은 조바심이 나를 짓누른다. 멀리만 보이던 미래가 현실이 되었을 때, 눈앞에 보이지 않던 막연한 가능성이 나의 현실이 되었을 때 오히려 변한 게 없을 것 같은 나의 모습에 걱정이 된다.
무엇을 선택해야 될지 모를 만큼의 수많은 가능성은 오히려 총알 같이 날아가는 시간과 함께 나는 재촉하고 있는 기분이다. 선택의 기한도 정해진 시간도 없는데 오늘도 나는 나를 재촉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