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병원을 찾는 것을 망설이거나, 주변의 눈치를 보며 고민했던 적이 있나요? 아프면 병원에 가서 필요한 검사를 받고, 약을 처방받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아직도 제가 앉은 이 진료실을 찾아오는 분들의 발걸음은 생각보다 무거운 것 같습니다. 때로는 주변의 시선이나 눈앞에 놓인 버거운 현실에, 어차피 바뀌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문 앞에서 발걸음을 돌리기도 하죠.
물론, 정신과를 찾아 상담하고 약을 처방받는다고 해서 나를 괴롭히는 현실 속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작은 변화가 아닐까요? 씨앗을 심기 전까지는 어떤 꽃이 피어날지 알 수 없듯이, 정신과를 방문하는 것도 어쩌면 비슷한 걸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용기 내어 발걸음을 내딛는 그 순간, 마음에 하나의 씨앗을 심는 것과 같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더라도, 함께 울고 웃으며 노력해 온 시간들이 씨앗에게 포근한 빗물과 따스한 햇빛이 되어 어느새 싹이 돋아나겠죠. 어차피 변하지 않을 것이라 단정 짓고, 끝내 그 씨앗을 심지 않는다면.. 씨앗은 씨앗인 채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 그 변화가, 어떤 모습으로 당신을 찾아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씨앗을 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해요. 용기 내어 찾아준 당신의 그 발걸음이, 작지만 소중한 일상의 변화들이 쌓이고 또 쌓여 언젠가 멋진 모습으로 피어나길 바라며, 망설이는 당신의 첫걸음에 작은 용기를 보태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