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시무룩 안경
3-2.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즐거운 저는 우울증이 아닌가요?
A씨는 요즘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혼자 있을 때면 자꾸만 눈물이 흐르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 A씨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순간에는 정말 아무렇지 않은 듯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텅 빈 마음이 들며 눈물이 고이지만, 방금 전까지 웃고 떠들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예민한 자신을 탓하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의 변화에 A씨의 근심은 깊어져만 갑니다.
우울한 마음으로 진료실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이렇게 스스로를 의심하며 자리에 앉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괜찮은 것 같기도 한데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때, 학교에서는,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생활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다 보면 혹시 꾀병은 아닐지, 마음이 약한 건 아닐지 스스로를 몰아세우게 되죠. 하지만 웃을 수 있다고 해서, 마음이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우울증의 모습은 거의 모든 순간에 즐거움이 사라지고, 기분 좋은 자극에도 좀처럼 반응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의 우울증은 좋은 일이 있을 때 잠시 기분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특징을 정신의학에서는 ‘기분 반응성’이라고 부르며, 이러한 양상을 보이는 경우를 비전형 우울증이라고 설명합니다. 비전형 우울증에서는 기분 반응성 외에도 식욕이나 체중 증가, 과수면, 대인관계에서의 예민함, 팔다리가 무거워진 듯한 느낌이 함께 나타나기도 합니다. 특히 여성에서 더 흔하게 관찰되며, 청소년기와 젊은 성인기에 비교적 자주 보고됩니다.
문제는 우울증의 이런 다양한 얼굴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잠시 슬픔을 가린 웃음은 오해와 편견을 불러오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픔을 더 깊이 숨기게 됩니다. 애써 괜찮다 말하며 웃고 있지만, 홀로 눈물을 훔치고 있는 당신에게. 우울증은 언제나 어둡기만 한 얼굴로 찾아오지는 않습니다. 마음속에 찾아온 변화를 의심하며 자책해 온 당신에게 작은 위로를 건넵니다.
참고문헌
Atypical Depression: Current Perspectives. Neuropsychiatric Disease and Treatment. 2017. Łojko D, Rybakowski JK.
Characteristics, Comorbidities, and Correlates of Atypical Depression: Evidence From the UK Biobank Mental Health Survey. Psychological Medicine. 2020. Brailean A, Curtis J, Davis K, Dregan A, Hotopf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