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심야극장
5-2. 잠자리를 위협하는 우울증
우리 몸에도 시계가 있다는 걸 알고 계신가요? 뇌 속 시교차상핵이라고 불리는 이 작은 시계는 눈으로 들어온 빛의 정보를 받아 잠을 부르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 시점을 조절하며, 낮에는 깨어 있고 밤에는 잠이 오도록 하루의 리듬을 맞추죠. 이 덕분에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도 며칠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시차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울증이 찾아오면 이 생체시계의 리듬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마치 우울이가 심야극장을 운영하겠다며 밤새 조명을 켜 두는 것처럼, 몸은 쉬어야 할 시간에도 긴장을 풀지 못합니다. 스트레스와 각성을 담당하는 신호는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잠을 부르는 휴식 신호는 힘을 잃어 입면과 수면 유지가 점점 어려워지죠.
여기에 밤만 되면 더 또렷해지는 생각들도 목소리를 더합니다. 걱정과 자책을 반복하는 뇌의 회로가 쉬지 않고 돌아가면서, 머릿속에서는 심야 영화가 끝없이 상영됩니다. 몸은 분명 피곤한데, 생각은 멈추지 않으니 잠자리에 누운 시간만 길어지고 수면의 질은 떨어지게 되죠.
그런데 같은 우울증이라도, 어떤 사람들에게서는 불면이 아니라 하루의 대부분을 침대에서 보내는 과다수면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실제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객관적으로도 수면 시간이 늘어나고, 잠의 구조 자체가 달라지는 변화를 보입니다. 깊은 잠의 비율이 줄거나, 꿈을 꾸는 수면 단계가 평소보다 앞당겨지는 등 뇌가 휴식을 조절하는 방식이 이전과 달라지는 것이죠.
특히 비전형 우울증에서는 충분히 잠을 잤다고 느끼는데도 낮 동안 졸림과 피로가 계속되고, 쉽게 깨어나지 못하는 경험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이는 밤의 수면과 낮의 각성을 또렷하게 구분해 주던 생체리듬과 스트레스 조절 시스템이 흔들리기 때문으로 이해됩니다. 여기에 체중 변화나 대사적 요인, 혹은 일부 약물의 영향이 더해지면 불규칙한 수면패턴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울증은 조용히 잠자리를 침범해 밤과 낮의 경계를 흐려 놓기도 합니다. 요즘 당신의 밤은 어떤 모습인가요? 오늘도 잠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거나 한낮에도 침대를 벗어날 수 없는 날들이 반복되고 있다면, 그건 당신의 탓이 아닌 몸과 마음의 리듬이 흔들리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참고문헌
Actigraphic Monitoring of Sleep and Circadian Rest-Activity Rhythm in Individuals With Major Depressive Disorder or Depressive Symptoms: A Meta-Analysis.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2024. Ho FY, Poon CY, Wong VW, et al.
Sleep Neurophysiology in Depression.Biological Psychiatry. 2025. Rosenblum Y, Nakagawa J, van Hattem T, et al.New
Functional Connectivities in the Brain That Mediate the Association Between Depressive Problems and Sleep Quality. JAMA Psychiatry. 2018. Cheng W, Rolls ET, Ruan H, Feng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