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자책의 호수
8-1. 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
- DSM-5-TR, 주요우울장애 진단 기준 중
여러분은 우울이처럼 자책의 호수에 돌을 던져본 적이 있나요? 일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는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면,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을 탓하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저 역시 남을 탓하기보다는 스스로를 먼저 탓하는 편이라, 자책의 호수 앞에서 돌을 들고 오래 서있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사실 자책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마음입니다. 부족한 점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다듬는 과정은 때로 성찰과 성장의 계기가 되기도 하니까요. 또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에서는, 나를 낮추는 태도가 어른스러운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 자책이 너무 깊어지면, 마음은 점점 호수의 바닥으로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죄책감에는 '과도하거나 부적절하다'라는 말이 함께 따라붙습니다. 개인의 일상적인 실수나 규칙 위반 등에 대한 일시적인 감정이 아닌 실제 상황에 비해 지나치게 큰 책임을 떠안거나, 끝난 일을 계속 되짚으며 스스로를 벌주듯 자책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죠. 때로는 그 죄책감이 커져, 나와 타인을 넘어 모든 일에 내 책임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G씨가 던지는 돌은 유난히 무거웠습니다. 수입이 줄어든 엄마의 한숨에도, 동료의 실수로 프로젝트가 어그러진 순간에도, G씨는 그 모든 책임을 자신 탓으로 돌렸습니다. 병원을 찾은 날에도 그는 말했습니다. "우울증이 생긴 것도 다 제 탓인 것 같아요..." 그에게 찾아온 마음의 변화가 전부 당신의 탓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 G씨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병원을 나서며 그는 손에 꼭 쥐고 있던 자책이라는 돌을 조용히 바라보았습니다.
참고문헌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22). 2022. Dilip V. Jeste, Jeffrey A. Lieberman, David Fassler, et alGuideline
The Role of Self-Blame and Worthlessness in the Psychopathology of Major Depressive Disorder.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2015. Zahn R, Lythe KE, Gethin JA, et 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