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생각구름
9-1. 집중력이 떨어져도 우울증일 수 있나요? A씨 이야기
"사고력 또는 집중력의 감소 또는 우유부단함"
- DSM-5-TR, 주요우울장애 진단 기준 중
우울이가 찾아온 뒤로 마음이 조용할 날이 없는 건 기분 탓일까요? 떠다니는 생각 구름을 붙잡으려 애쓰는 우울이의 모습이 어쩐지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열심히 뛰어다닐수록 구름은 오히려 여기저기 흩어져, 마음을 더욱 소란스럽게 만들고 있으니 말이죠.
구름이 시야를 가린 세상을 살아가는 건, 마치 뿌연 안갯속을 헤치며 나아가는 일처럼 답답합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 헤매다 보면, 지친 마음은 금방이라도 주저앉고 싶죠. 가야 할 길을 알아도 쉽지 않은 세상인데, 구름이 가득해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은 얼마나 버거울까요.
A씨는 그런 답답한 마음을 안고 진료실을 찾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효율과 성취를 중시하며 살아온 그는, 교사가 된 뒤에도 매일 스스로를 평가하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수업 준비와 업무가 눈에 띄게 더뎌지기 시작했습니다. 해야 할 일은 분명한데, 생각이 잘 이어지지 않았고 사소한 실수가 잦아졌죠. 동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서 그는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다며 병원을 찾았습니다.
"집중력 문제만 해결되면 괜찮을 것 같아요." 웃으며 이야기를 꺼낸 A씨였지만,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모른 척 견뎌 온 좌절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연이어 낮은 평가를 받은 뒤로 구름에 가려진 마음이 가야 할 곳을 몰라 그를 몰아세우고 있었죠. 결국 그는 참아 왔던 눈물을 흘리며 처음으로 자신의 힘들었던 마음을 안아주었습니다.
집중력 저하는 우울증에서 흔히 나타나는 변화 중 하나입니다. 이는 단순히 의욕이 없어서 생기는 변화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죠. A씨처럼 자꾸만 실수를 반복하고, 중요한 시험이나 업무에서 반복적으로 좌절을 경험하다 보면 자존감이 서서히 낮아지고, 우울감이 깊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합니다. 더 안타까운 건, 이를 자신의 문제로 여기며 스스로를 탓하고 위축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집중력의 변화는 개인의 태도나 성향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요즘 따라 책이나 글이 잘 읽히지 않고, 대화에도 집중하기 어려운 날이 잦아졌나요? 때로는 마음이 보내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봅시다. 어쩌면 생각 구름을 붙잡으려 애쓰는 우울이의 목소리가 들려올지도 모르니까요.
참고문헌
Cognitive Function Following a Major Depressive Episod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The Lancet. Psychiatry. 2019. Semkovska M, Quinlivan L, O'Grady T, et 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