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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너하리 May 03. 2024

#28. 저만 들리는 건가요? 혹시, 저 조현병일까요?

정신과의사의 일기

#28. 저만 들리는 건가요? 혹시, 저 조현병일까요?

조현병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익숙한 듯 멀게 느껴지는 조현이라는 단어의 뜻은 ‘현악기의 줄을 조율하다’라는 의미로, 조현병은 글자 그대로 조율이 잘 안 된 악기처럼 뇌의 신경회로가 뒤엉켜 잡음을 내는 질환이랍니다.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환청, 망상, 와해된 언어나 행동 등 눈에 띄는 양성증상들 뿐만 아니라, 자기 관리가 소홀해지고 사람을 만나지 않고 점점 고립되어 가는 음성증상을 보이게 됩니다.

환청을 주소로 찾아온 환자를 모두 조현병으로 진단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우울증에도 증상이 심한 경우에 정신병적 증상이라고 부르는 환청이나 망상이 동반되기도 한답니다. 또한, 다양한 질환과 심리적, 신체적 상황들이 환청 등 환각 상태를 야기할 수 있어요.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답니다.

조현병은 항정신병약물이라고 부르는 도파민을 줄여주는(물론, 약제들은 다양한 기전을 지닌답니다) 약제를 통해 약물치료를 시도하는데, 약물치료 외에도 사회재활을 돕기 위한 다양한 정신사회적 접근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조현병은 조기 발견과 빠른 치료 시작이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발견과 고위험군 사례관리를 위한 지역사회시스템 조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요. 제가 일하는 지역에는 ‘마인드링크’라는 정신건강을 다루는 청년마음건강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각 구별로 위치한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하여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직은 낯선 조현병이라는 단어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조금씩 따뜻해지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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