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그거 안해도 괜찮지만 예술적인 삶은 몹시 중요

요리, 지리멸렬한 삶에 생명력을 북돋는다

by 정필년


1.

나는 팔소매를 걷어올린 채 주방에 우뚝 선다. 펜에 올리브 기름을 넉넉하게 두르고 인덕션을 달궈본다. 미리 썰어 둔 마늘과 양파를 올려두면 미리 삶아둔 누들이 곧 함께 할 것이다. 회사 앞 식료품점에서 사온 새하얀 우동은 10분을 삶았을 때 가장 맛이 좋았다. 지난 주는 너무 짧게 삶아 면이 딱딱했다. 여기에 명란과 함께 5분을 더 볶아내면 꽤 괜찮은 맛을 선보이는 볶음우동 요리가 완성될 것이다.

마늘이 조금 덜 익어서 아쉽긴 한데, 전체적으로 높은 수준의 우동이 탄생했다는 시식평은 동생의 몫이다.

"이게 무슨 파스타야?"

"오늘은 우동면을 넣었으니까 명란 야끼우동정도 되려나?"

"일본 쫘아식들...이렇게 맛있는 걸 자기네만 먹었다 이거지?" "ㅋㅋㅋㅋ끆끆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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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게 중요한 건 요리가 예술의 실천이란 거다. 책이나 전시공간에서 포착한 예술의 원리나, 예술적인 삶을 구체적으로 감각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매 주말마다 짝지은 식재료의 조합과 조리 테스트에서 얻은 경험이 요리에 대한 인식능력을 확장하게 만들고, 무한한 가능성을 창조한다.

3.

내가 마주 보는 대상과 함께, "내가 여기 살아있다"는 강력한 느낌. 지지고 볶이는 식재료와, 포크에 누들을 말아쥐는 시식자와 함께

이 세계에서, 주체인 내가, 명백히 실존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고 의식하는 상태에서

세상을 사유하고 해석하는 능력은 커져나간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더 에로틱하게 만들고

지리멸렬한 삶에 생명력을 북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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