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재발명하려 애쓰는 편

단행본 서문에 넣을 조각글 임시 편집본

by 정필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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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구애받지 않는 시간을 확보하면, 나는 줄곧 '사랑'과 '자유'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편인데, 특히 요즘 들어 사랑이 침투하는 일이 잦다.


누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만나야 지겹고 고단한 일생을 서로 잘 살아낼 수 있을지. 우정은 어떻게 교환해야 꾸준할 수 있을지. 조금 더 많이 사랑하는 마음은 어째서 이따금 서글퍼지는지. 나는 타인이 욕망할 만한 대상인지. 나는 타인의 무엇을 욕망하는지. 어머니가 아들에게 '살아보자'라고 내미는 손길에 대해서. 어미인 나를 좀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마음과 그것을 외면할 수 없는 마음씀씀이에 대해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무조건적인 환대를 보낼 때, 따뜻한 마음씨에 눈물겨워하는 아들이 동시에 아버지의 무언가를 미워하는 마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늦은 밤, 잔업을 마치고 겨우 소파에 기대 잠든 아버지가 뜬눈으로 새벽에 일어나 다리를 절며 세수하러 들어가는 모습에, 어느새 아버지의 가느다래진 종아리를 바라보며 싹트는 연민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개츠비가 롱아일랜드 맞은편에 있는 데이지를 단 한 번이라도 보려 모든 걸 거는 이유에 대해서 두 번 헤아리고, 알렉시스 조르바가 오르탕스 부인을 대접하는 방식을 눈여겨보기도 한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태어난다는 점에서 사랑은 발명과 비슷하다. 그리고 사랑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일은 차이를 구분 짓기 위해 반복 수행한다는 점에서 과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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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까짓 거 남들이 쓰는 거 적당히 베끼거나 혹은 고쳐 쓰면서 살아도 될 텐데 나는 그게 잘 안 돼. 쉬운 게 쉬운 거라는 걸 아는데도 타협이 안된다. 아직까지는 사랑을 재발명하는데 쏟을 힘이 있다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정말이지 사랑을 위해, 사랑의 재발명을 위해 쏟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치열한 사유와 거침없는 붓질을 통한 습작으로 달성할 수도 있을 테고. 건강한 생활습관과 따뜻한 말 한마디로 이뤄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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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재발명하자는 용기, 그것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사랑의 재발명이 쉬워서가 아니라 어렵기 때문이며, 발명이 새로운 발명으로 이어져 삶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때문이다. 사랑을 재발명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야말로 살아서나 죽어서나 한 줌 후회 없는 삶을 보냈다는 것은 나의 오랜 관찰 결과이기도 하다.


나 사랑했다면 미소를 지으리라.

염화시중? 염화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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