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전거를 타다 보면 정말 엉뚱하고 이상한 생각을 많이 한다. 잘 풀리지 않는 원고 작업의 물꼬를 트는 키워드를 떠올리거나 멋진 문장을 떠올린다. 오늘 하루와 지난 한주를 되먹임 하기도 하고, 저녁에 마실 술 한 잔과 친구들과의 멋진 시간을 내다보기도 한다.
2. 오늘의 엉뚱한 은유는 이어령 선생의 말이다. 2016년, 세종대 대양홀에서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사회자가 말릴 정도로 열정적인 강연을 펼치던 이어령 선생은 '이항대립'과 '삼항 순환'을 말했다. 선생의 말을 좀 더 쉽게 풀면 관계가 둘이서 쌍방향 구도면 다툼이 잦고, 셋 이상이 모여 관계를 이루면 서울 지하철 2호선처럼 빙글빙글 돌며 흐름이 순해진다는 논리였다. 국제관계를 예시로 풀었기에 선생의 말이 참으로 옳다 여겼는데, 오늘은 불현듯 하나의 반례를 떠올리게 된 것이다. 3. 선생님, 그러나 연애는 정반대 아니겠습니까? 로맨스에 뿌리내린 연애관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독점적인 권한을 기대하고 기대받기 때문입니다. 폴리아모리 같은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흘겨보는 눈초리를 거두기엔 아직 의심스러운 구석이 많습니다. 가장 멋지고 훌륭한 것은 가장 가까이에서 누리고 싶은 이기심이 인간의 본성이며, 그런 이기심의 합의가 바로 연애이기 때문입니다. 4. 제가 보기에 모든 관계는 정치입니다. 정치는 점심에 짜장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결정하는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누구와 함께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만드는 욕망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는 일부러 미리 잡힌 회식을 무르고 따로 혼밥을 먹는다고 빠져나와, 얻어낸 시간을 금쪽같이 쪼개며 연인과의 달콤한 데이트를 즐기기도 하겠죠. 연애는 그런 점에서 한정된 시간, 넉넉지 못한 자원, 마음 씀씀이를 분배하는 문제를 열심히 풀게 만듭니다. 연애가 한 사람이 가진 생명을 나누는 일을 정교하게 만들어 준다면, 대체 얼마나 더 정교해져야 관계에 얽힌 모순을 풀 수 있게 되는 걸까요? 5. 선생님. 아직까지 저에게 연애는 이항 순환과 삼항 대립입니다. 물론 안 좋을 때 정말 안 좋은 게 연애이기 때문에 연애도 이항 대립할 것이고, 친구 지인의 도움으로 연애를 구원하며 삼항 순환을 증명하겠죠. 결국 연애할 때 연애 잘하고, 연애 못할 때 연애 열심히(?) 못하면 되는 것이라고. 연애와 비 연애 모두 괜찮을 때 이항 순환, 삼항 순환 모두 가능한 것이라고 믿어보겠습니다. 6. 보다 많은 사람에게 환대를 베푸는 사람이려 애써보지만, 품은 뜻과 정반대로 가는 이기심과 욕망으로 어느 순간 그렇지 못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요즘 들어 자주요. 그렇게 이타적인 편도 아니기에 이기심과 욕망을 PC 하게 다스리겠다는 결심은 하지도 않겠습니다. 다만 타인을 향한 무조건적인 환대가 불가능한 걸 알면서도 그것을 해내려는 결심은 해보겠습니다.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을 정교하게 환대할 때, 삶이 반짝일 것을 믿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