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게 식은 맥주 두 잔이 나란히 놓여져 있다. 내 시선 맞은 편에 날 닮은 남자가 앉아있었다.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나는 그를 바라보던 눈높이에 카메라를 맞춰 사진을 찍어본다.
사진에 날 닮은 남자가 담겨 있지 않지만, 찍은 내 눈에는 보인다. 날 닮은 남자라는 말도 사실은 웃겨. 내가 그를 닮았다고 해야 옳겠지.
그를 쏙 닮은 남자가 자랐다. 사실은 내가 그를 닮은 건데, 그가 날 닮은 거라며 너스레를 떨만큼, 남자와 나는 꽤 닮은 구석이 많다. 특히 웃는 모습이 닮았다.
나는 이 남자와 얼마나 더 오래 눈을 마주치고 앉아있을 수 있을까. 사랑한다 말하는(이 남자는 정말 사랑한다는 말을 잘한다) 가까운 사이라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눈을 마주 치는 순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닮은 사람끼리 마주 앉아 닮은 구석을 찬찬히 살펴봤다.
사랑하는 만큼 미워하는 사람들. 미운 게 사실 미운 게 아니란 걸 알기에 똑바로 바라본다. 똑바로 바라본 순간, 교환된 시선이 사랑을 사랑답게 만든다는 생각을 짧게 해봤다.
산책을 마친 오후 열시.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받지 않았다. 늘 들었던 말을 또 듣는 건 괴로우니까. 그가 날 만나고 싶어하는 건 확실하다. 조금 더 걸어서 그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의 얼굴을 한시간 정도 마주봤다. 제대로 본 건 10분 밖에 되지 않았다. 약간 모자란 느낌, 살짝 허기진 만남. 그것이 우리를 또 마주보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