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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raiano Mar 08. 2019

Final fantasy VII

게임은 이런것이다

1997년에 발매를 시작했으니 출시한지 20년이 넘은 게임. 그러나 아직까지도 역사상 최고의 게임을 손꼽으라하면 절대 빠질 수 없는 게임. 게임BGM이라는 마이너한 장르를 음악의 한 장르로 끌어올린 게임. 주체성의 상실과 그 회복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장 감동적으로 담은 게임.


 실로 대단한 수식어들을 갖다붙여도 이상하지 않은 게임이 파이널판타지 7이다.

일본의 스퀘어 에닉스가 제작하였고,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문화 컨텐츠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작품들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조연이 주연만큼의 분량과 임팩트를 가져가는 경우는 드물다. 주연들이 가지고 있는 작품의 스토리라인을 해칠 수 있고, 자칫하면 컨텐츠의 균형이 무너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널판타지 7은 그 균형을 멋지게 해결해낸다. 주인공 <클라우드>의 정체성 상실과 그 회복이 주된 스토리라인이지만, 이 게임에서 클라우드만을 이야기하면 균형은 커녕 해석조차 되지 않는다. 그 주연의 정체성이 곧 조연들과의 동행이기 때문이다. 티파와의 어린 시절, 에어리스와의 짧은 만남, 바렛, 레드써틴, 시드 등과의 여정이 곧 클라우드의 정체성이다. 굵직한 스토리라인에 조연들이 빠지래야 빠질 수 없다. 그래서 파이널판타지7은 단순히 클라우드의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다.


클라우드의 정체성은 자신의 적 세피로스를 만나면서 무너진다. 최고위 솔저인줄 알았던 자신의 정체성이, 사실 세피로스의 실패한 복제품에 불과하였기 때문이다. 별 볼일 없던 오합지졸이었고, 실험에 사용되었으며, 실패작뿐이었던 클라우드는 자신의 믿음과 실제가 불일치하자 이를 견딜 수 없었다. 여기에 사람들이 많은 공감을 했던 이유는, 우리가 살면서 무수히 많은 기대를 하고 그에 부응하지 못한 경험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에서 가족, 친구 등 타인의 기대를 받았고 그 기대를 온전히 충족하지 못한 대부분의 게이머는 폐인이 되어 좌절할 뿐인 클라우드를 자신의 환영으로 인식한다. 


JRPG의 오랜 습관이자, 장점이기도 한 '동료'의 존재가 여기서 드러난다. 클라우드의 본래 정체성은 하찮았으나, 동료들에게 클라우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소임을 다하고, 발전하려 노력하는 존재였다. 처음엔 동료들도 클라우드의 원 정체성을 부정하고 지냈으나, 클라우드가 전해준 가치는 '잘난' 사람이 아니라 항상 노력하고 동료를 위함에 있다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자 그들도 클라우드의 원 정체성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티파를 비롯한 동료들이 비로소 클라우드에게 손을 내밀어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게 도와줄 때 그는 일어난다. 파이널판타지7의 제작진이 바라보았던 인간의 가치는 여기서 드러난다. 개인의 정체성은 개인 스스로 정립될 수 없다.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개인들은 그 자신의 단위를 온전히 스스로 유지할 수 없다. 이는 정체성을 스스로 왜곡해버리는 것에 불과하다. 이를 직시할 때 개인은 좌절한다. 그러나 정체성이 나 자신과 나를 비롯한 사람들과 함께 이루어나가는 존재임을 인식할 때 개인은 온전히 자신을 수용할 수 있다. 파이널판타지7의 메인 프로듀서의 스토리텔링이 최고라고 생각이 드는 이유이다.


게임 시스템적으로도 실시간 턴제의 도입과 머테리얼을 통한 스킬의 다양성 추구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실시간 턴제가 좀 빠르다는 느낌과, 머테리얼의 장착으로 인해 캐릭터의 개성이 매몰될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으나 이는 그 당시 게이머들에게 큰 문제는 아니었으리라고 생각한다. UI도 깔끔했고, BGM은 역시 스퀘어 에닉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죽하면 BGM이 얼마나 잘났길래 게임 음악 콘서트라는 새로운 장르로 발전할 정도였을까. 50여 시간동안 정말 재밌었고 행복했던 웰메이드 RPG여서 스퀘어 에닉스에게 고마울 뿐이다. 그러니까 빨리 리메이크를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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