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캐리어에 배낭까지 챙긴나를 태운 친구 차는 1시간 30여분을 달려 부산 도착하였어.
점심 후 김해공항발 인천공항 도착, 환승, 저녁 8시에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브리즈번에 내린
시간은 아침 7시 정도가 되었어. 만 하루라는 시간 동안에 우리는 참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걸 실감했어.
낯선 외국의 입국장을 들어설 때면 느껴지던 긴장감은 여기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어.
애나는 내가 호주 입국 시 아무 문제 없이 통과할 수 있게 옷가지 외엔 약, 음식물 등 어떤 것도
반입하지 말기를 당부하며 계속 신경을 많이 써주고 체크했어.
비행기에서 내려 길을 따라가니 전자 여권 소지한 입국자들은 키오스크에서 셀프 입국심사를 할 수 있어서
여권과 사진을 찍고 한국어로 입국에 관한 체크를 하고 사본을 받았어.
그것을 들고 직진하여 게이트 통과(자동입국심사) 입국장으로 들어가는 데 비슷한 시간 대에 도착한
항공기에서 내린 사람들과 얽히고 섞여서 겨우 수하물을 찾았어. 또 세관을 통과하기 위해줄을 서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기다렸어.
입국신고서를 제출할 때 나는 음식물도 약도 없다고 말했는데 "알았다."라고 하면서 다른 줄로 가서 서라네.
'하이고 넹장ㅎㅎㅎ.' 기다리고 기다렸지.
다들 이런 일에 익숙해서인지 공권력의 강력함 때문인지 컴플레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 신기하더라.
세관 통과를 기다리는데 한 공항직원이 미황색 탐지견을 데리고 왔다 갔다 하는 거야. 그 탐지견은 마약류나 반입금지물품 등을 찾느라고 입국자들의 짐을 킁킁 거리며 맡고 다녔어. 그 개는 크거나 사나운 정도는 아니어서 옆을 지나가는데도 동요되지는 않았지.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한 직원이 검정개를 데리고 오는데 눈에 띄는 것은 그 탐지견의 표정과 행동이었어.
마치 팬터마임을 하는 배우의 몸짓과 감정을 느꼈어.
고개를 들고 이리저리 둘러보는 눈에는
"내가 반드시 마약을, 불법 반입물을 찾아내고야 말겠어!"
라는 결연한 의지가 보이는 듯했어. 내게는 그렇게 비치는 거야.
그렇게 지루하고 힘들던기다림이 갑자기 재미있어지는 거야. ㅎㅎㅎ.
'그래, 너는 잘할 수 있어. Dog 요원.'
나는 고개를 돌려 속으로 우스면서 진심으로 파이팅 해줬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는 것은 그 개가 중대한 임무를 지닌 사람같이 정말 진지해 보였거든. ㅎㅎㅎ.
입국절차를 마치고 출구를 향해 가는데 깊은 미로에서 빠져나오는 느낌이 드는 거 있지.
누군가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포옹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 애나는 어디 있지?' 두리번거리는데,
저쪽에서 "엄마!" 소리가 나는 거야. 우리는 반가움에 서로 얼싸안았지.
애나는 작년에도 이번 봄에도 한국을 방문했지만, 호주는 처음인 나를 무척 대견해했어.
그 아이의 세심한 가이드가 없었다면 더 낯설고 힘들었을 거야.
애나는 아침도 안 먹고 6시부터 나와서 애타게 기다렸다는데 오늘따라 입국 비행기가 늘어서 많이 지연되었다고 하는 거야. 기다리는 것도 무척이나 힘든 일임을 아는 우리는 서로 보며 웃었어.
미리 예약해 둔 우버를 타기 위해 공항 밖으로 나왔어. 차를 타기 위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도 기다리고
있었어. 드디어 호주 브리즈번에 왔다는 걸 실감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어.
하늘이 너무 파랗고 투명하게 느껴졌어. 우리나라에 가을이 시작된다면 호주는 봄이라는데 공기자체가 다르다는 걸 알았어. 역시 청정 호주!라는 말이 실감되었어.
우리나라에는 봄이 되면 더 심해지는 황사와 미세먼지로 덮인 뿌연 하늘을 보다가, 브리즈번 공기는 너무 맑고 투명하다 못해 빛이 나는 것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어. 낯선 이곳의 모든 것이 처음이지만 최대한 촌스럽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 표티는 나겠지만.ㅎㅎㅎ.
예약해 놓은 우버가 도착했어. 젊은 유색인의 차에는 경쾌한 음악과 좋은 향이 나는데 괜히 기분이 좋아지더라. 대각선으로 보이는 기사는 검은 반팔 셔츠의 깃을 올리고 부드러운 검은 반바지를 입었는데 패션 센스가 있어 보였어. 저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일까? 자신을 관리 잘하는 걸 보니 자신의 일도 잘할 것같이 보이는 거 있지. 왜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말이 있잖아. 중국에서 관리를 뽑을 때 눈으로 보이는 외모와 표현과 지식과 사리판단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괜히 혼자서 상상해 봤어.
ㅎㅎㅎ너는 내가엿본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오른쪽 기사 뒷좌석에는 애나가 타고 나는 그 옆에 타니 자연스레 보이는 각도라서 본 것뿐이야. 애나는 여기서는 뒷좌석 안전벨트도 의무화라고 하였어. 경찰에게 걸리면 벨트를 매지 않은 사람도 상당한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하네. 잔소리 같은 의무사항을 들으면서 "그러면 안 되지" 하면서 맸지.
집으로 가는 길에 보는 경치는 낯설지만 익숙했어. 애나가 자주 보여주던 브리즈번의 하늘과 풍경이었거든. 높은 건물이 없고 푸른 하늘빛의 스카이라인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어서 시각적으로 피로가 사라지는 느낌이었어.
애나는 강변을 지나면서 작년에 갑작스러운 홍수로 강변의 비싼 집들이 잠긴 이야기를 했어. 자신들의 주택 아래 강가에 요트를 계류해 놓은 부잣집들이 작년에 다 잠겼대. 달리는 차에서 보니 강의 양쪽으로 높은 빌딩들이 보이고 가까이에 보이는 다리부터 멀리 보이는 보이는 다리까지 다양한 형태의 모습이 예술적으로 보였어. 공항에서 밀리지 않으면 30분 정도 걸리는 Woolloongabba라는 재밌는 알파벳의 이름의 동네에 도착하였어. 유닛이라 불리는 아파트 앞에 내렸어. 우리네 성냥갑 같은 네무 반듯한 건물을 생각했는데 외관이 전혀 달랐어. 내려서 둘러보니 도로나 주변이 깨끗하고 정리가 잘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큰 길옆에 위치한
애나의 아파트 앞에 키 큰 자카란다 몇 그루가 서 있는 거야. 애나가 사는 3층 베란다 앞에까지 보이는 자카란다 나무의 보라색 꽃무리들이 나를 환영하는 듯했어.
건물을 올려다보며 몇 계단 올라가서 밀키 한 아이보리톤의 현관 출입문 앞에 선 애나가 가방에서 키를 꺼내 구멍에 넣어 돌리는 거야. 순간 '빵' 터졌지. 우리네 아파트는 거의 도어록인데 여기는 아직도 열쇠를 사용한다는 것에 둘이서 키득거리며 웃었어. 엘리베이터 앞에 서니 1층을 G, 2층을 1, 3층을 2로 누르게 되어 있었어. 엘베 문이 열리자 카펫이 깔린 복도가 양쪽으로 나타나는데 호텔 복도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양쪽 중 한쪽으로 쭉 걸어 들어갔어.
애나네 집 문을 여는데 역시 열쇠를 사용하는 거 있지.
현관과 부엌엔 타일이 깔렸고 그 외 바닥은 모두 카펫이더라. 애나가 여기 이사 와서 카펫 먼지로 6개월 이상을 기침을 했던 문제의 그 카펫이었어.
- 아파트 앞의 자카란다 나무
나는 식탁 앞에 앉아 봄바람에 살랑대는 자카란다 보라색 꽃을 보고 있었어. 애나가 준비한 아침으로 샐러드, 채소볶음, 독일소시지 볶음과 구운 빵이 나왔는데 '헉- ' 치즈가 들어간 소시지 한 개만 먹어도 배부를 듯했어.지난 저녁 기내식은 생략하고 아침으로 나온 흰 죽을 먹은 나는 배가 고프지 않았어. 하지만일찍 마중 나오느라 아침도 거른애나의 정성 어린아침 식사를 거절할 수가 있어야지.
애나는 오늘 일정과 함께 나하고 같이 가고 싶은 음식점도 리스트에 올려놓았더라.
제일 먼저 휴대폰 개통하기.
푹 쉬다가 먼저 South Bank 공원을 걸으면서 천천히 구경하고, 카페에서 쓰레기 새와 터어키, 도마뱀 천국인 인공해변 즐기기. 다음은 City Cat Ferry를 타고 뉴팜 공원에서 - 자카란다 구경 하기. 시티 뷰 보고 페리 타고 돌아오기, 미슐랭 비슷한 상을 받은 'Boo’s kitchen'이라는 태국음식점 가서 저녁 먹기.
집을 나와서 하루 만에 겨우 미로를 빠져나왔다 싶었는데 또 다른 미로로 들어가는 느낌이 드는 건 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