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신은 사라져도, 그 자가 살아생전 추구하던 그 무엇은 허공에 남는다.
국권이 회복되면, 고국에 묻어달라시던 안중근 의사의 유언이 실현될 수도 있다고 한다. 안중근 의사의 묘를 직접 방문하고 적은, 일본인 기자의 기사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116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의사의 유언이 꼭,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도에서는 '쁘라끄리띠'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입자' 또는 '떠도는 그 무엇'이라 할 수 있다.
지구는 45억 년 전, 구석기시대는 약 1만 년 전.
그동안 지구에 다녀간 인간 또는 영혼의 수는 족히 수십 경을 넘을 것이다.
윤회를 믿어 몇 번의 중복이 있다고 친다면, 1/4 정도로 줄여도 좋다.
살아생전 그의 이름을 빛냈거나 또는 이름 없이 사라져 간 사람들은 무엇을 남겼을까?
과연 육신(물질)이 사라지면, 운 좋게 남은 그의 기록물 외에는 모두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일까?
흙과 함께 섞이며, 벌레가 창궐하고, 고약한 가스가 왕동한 끝에, 결국 썩어, 한 줌 흙으로 돌아가
흔적조차 남지 않지만,
그 자가 살아생전 추구하던 그 무엇은 '쁘라끄리띠'로 남아 지구를 감싼다고
생각한다.
그가 이름 있이 또는 이름 없이 사라졌더라도 살아생전 꽃 피우려 했던, '그 무엇이' 남아
지구를 감싸고 떠돌며 우리를 맴돌고 있다.
난 그것을 쁘라끄리띠라 이해하고 살아왔다.
아가페적인 사랑을 남겼거나, 이타행을 했거나, 조국을 위해 초로와 같이 목숨을 던졌거나....
누군지 모를 그 어떤 이가 남긴,
쁘라끄리띠가 내 머리 위에 내려앉으면, 난 받아 적는 거라고 말해왔다.
쓰는 게 아니라, 받아 적는 거.
기이하거나 신이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오늘도 받아 적기 위해
머리 안 감고, 멍하니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머리 위에 무언가 사뿐히, 내려앉을 때까지....
(나만의 것을 추구하고자 또는 꽃 피우고자, 오늘도 고뇌하고 계신, 브런치 작가님들을 위해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