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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크란의 모든 것, 치앙마이! (태국)

전통적인, 종교적인, 현대적인, 모든 의미의 송크란

by 닐바나

2025년 4월 12일, 공식 송크란 일정 하루 전날입니다. 사실상 오늘부터가 송크란의 시작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거리에는 이미 물총을 든 사람들이 등장했고, 도시 곳곳에서 들려오는 음악과 물소리가 그 열기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송크란 이야기를 풀기 전에, 먼저 이 축제가 어떤 의미를 가진 행사인지 잠깐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송크란은 단순한 ‘물의 축제’ 그 이상입니다. 매년 4월 13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이 전통 명절은,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를 겪으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크게 나누자면, 송크란은 다음 세 가지의 의미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송크란의 세 가지 의미

첫 번째, 전통적 의미

송크란(Songkran)은 산스크리트어 saṃkrānti에서 유래한 말로, ‘이동하다’, ‘변화하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태국 전통력에서 송크란은 태양이 새 별자리에 들어서는 시점이자,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시기입니다. 농업 사회였던 만큼, 이 날은 단순한 명절이 아니라 계절의 흐름이 바뀌는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고, 가족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며 조상에 대한 공경을 표현했습니다.


두 번째, 종교적 의미

송크란은 불교와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사원을 찾아 불상에 정화수를 뿌리고, 승려에게 공양을 올리는 등 공덕을 쌓는 행위가 이어집니다. 특히 어른들의 손에 정중히 물을 끼얹는 전통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존경과 복을 비는 예식으로 여겨집니다. 물은 죄와 악운을 씻어내는 상징이며, 이 시기의 의식은 새해를 맑은 마음으로 시작하고자 하는 태국인들의 정신을 잘 보여줍니다.


세 번째, 현대적 의미

오늘날 송크란은 세계적인 물의 축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방콕, 파타야, 그리고 특히 치앙마이에서는 도시 전체가 물총 싸움의 무대가 됩니다. 거리마다 물대포와 얼음물 세례가 쏟아지고, 음악과 춤, 웃음소리가 뒤섞입니다. 이 기간에는 누구에게나 물총을 쏘거나 물바가지를 끼얹어도 비난받지 않습니다. 축제에 참여하는 순간, 누구든 젖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존재합니다. 특히 전자기기나 지갑처럼 물에 약한 물건들은 방수팩에 넣어 보호하는 것이 이 시기의 필수 사항입니다. EDM, K-pop, 무대 퍼포먼스까지 더해지며 송크란은 관광객과 현지인이 국경 없이 어우러지는 거리 파티로 진화했습니다. 축복과 정화의 상징이, 이제는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상의 해방으로 확장된 셈입니다.


둠칫둠칫 파티를 즐기고 싶다면! 님만해민, 마야몰

송크란의 시작은 숙소가 있던 님만해민에서 출발해 마야몰 주변을 지나, 창푸억 게이트와 올드타운 중앙으로 이어졌습니다. 멀리서 보기엔 평소처럼 조용한 님만해민의 모습이었지만, 거리를 조금만 걷다 보면 곧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골목 구석구석마다 물총을 든 사람들이 서 있고, 지나가는 사람을 향해 슬며시 물을 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다들 가볍게 축복하듯 물을 뿌리는 정도였지만, 가끔은 강력한 도발을 시도하는 친구들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사진 속의 태국 어린이가 바로 그런 경우였는데, 망설임 없이 정면 승부를 걸어왔습니다. 하지만 “너는 혼자이지만 우리는 둘이다”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협공에 들어갔고, 결국 항복을 받아낼 때까지 물총을 쏘며 끝까지 맞섰습니다.


님만해민을 지나 마야몰로 향하는 길. 어느 순간부터는 길 위 어디든 전선이 됩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있다가도, 누군가가 지나가면 일제히 물을 쏘기 시작합니다. 그게 전통적인 의미의 ‘정화’든 ‘축복’이든, 이 순간만큼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재밌으니까, 그래서 쏘는 겁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저 즐겁고 자유로우니까요.


길 위에는 평범한 관광객들도 많았지만, 가끔은 눈길을 끄는 독특한 존재들이 등장하곤 합니다. 벽 위에 드러누운 채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겨냥하는 모습은, 마치 축제의 흐름을 잠시 멈춰 세우는 한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사람들은 그 앞을 지나가며 한 번쯤은 고개를 돌려보게 됩니다.


이 축제에는 정해진 방식이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물을 뿌려도 되고, 그늘에 앉아 조용히 바라봐도 괜찮습니다. 벽 위에 누워 있든, 골목 어귀에서 장난스럽게 기다리든, 각자의 리듬대로 젖고 있는 중입니다. 심지어 물을 맞고 싶지 않다면 그 의사를 표현해도 됩니다. 그런 모습조차 하나의 재미가 되고, 그 자체로 이 축제의 일부가 됩니다. 그리고 누구도 그걸 이상하게 보지 않습니다


치앙마이에서의 송크란은 방콕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특징적인 차이 중 하나가 물놀이를 위한 물 보급 방식입니다. 방콕에서는 물총에 물을 충전할 때마다 약 10바트의 비용이 들며, GLN 앱이나 잔돈 등 지불 수단을 항상 소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릅니다. 반면, 송크란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치앙마이에서는 거리 곳곳에 무료로 물을 충전할 수 있는 스테이션이 마련되어 있어, 축제 특유의 자유롭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더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상업적이지 않은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시면 알 수 있듯, 치앙마이 송크란에서 가장 강력한 필살기 아이템은 물총이 아닌 ‘바가지’입니다. 방콕에서는 고가의 대형 물총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면, 이곳에서는 바가지 하나만 들고 다니며 물을 뿌리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즐거워 보이고, 함께 놀고 싶어지는 존재가 됩니다.


다만 치앙마이의 도시 구조상 보도블록이 좁고, 차량과 보행자가 함께 다니는 구간이 많아 축제 기간 동안에는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태국 전역에서는 송크란 기간 동안 과속이나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축제를 즐기기에 앞서, 나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먼저 챙기며 여유롭게 참여하시는 것이 더욱 중요해 보입니다.

가장 현대적인 분위기의 송크란을 즐기고 싶으시다면, 마야몰 인근이 제격입니다. 마야몰 앞에 설치된 대형 메인 스테이지와, 길 건너편에 자리한 싱하 섬머 클럽 무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이 일대는 주요 기업들의 스폰서십으로 운영되는 축제 공간으로, 각각의 무대에서는 서로 다른 분위기의 음악이 흐릅니다. 한쪽에서는 K-pop과 EDM, 또 다른 쪽에서는 힙합 클럽을 연상케 하는 비트가 거리를 가득 채웁니다. 취향에 따라 원하는 무대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기업 후원으로 운영되는 만큼, 사운드와 연출은 매우 전문적입니다. 무대에는 DJ가 배치되어 음악의 흐름을 이끌고, 일정 간격마다 소방 호스를 활용한 대형 물줄기가 관객을 향해 시원하게 쏟아집니다. 물론 사람들끼리 벌이는 물총 싸움도 여전합니다. 전방위로 날아드는 물줄기 속에서는 가만히 있는 것 자체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다만, 사람이 많은 공간을 힘들어하시는 여행자분들이라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I 성향이 강한 분들이라면,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에너지가 빠르게 소진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축제 분위기 속에서 에너지를 얻는 분들이라면, 하루 종일 머물러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풍성한 공간입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였습니다. 무대 배너와 이벤트, 현장 경품 등 곳곳에서 익숙한 브랜드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단순한 참여를 넘어 한국 상품들이 해외에서 얼마나 활발하게 소비되고 있는지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장면들이기도 했습니다.


가장 치앙마이스러운 송크란, 창푸억 게이트(북문)으로 가는 길

저도 이제 나이가 든 걸까요. 불혹을 앞두고 나니, 마야몰 인근의 클럽 분위기에서는 점점 진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음악은 여전히 크고, 사람들은 열정적으로 축제를 즐기고 있었지만, 그 안에서의 저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송크란을 즐겨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창푸억 게이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았습니다. 가는 길은 이미 차량으로 가득 차 있었고, 시속 5킬로미터 이상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분명히 답답하고 짜증 났을 상황이었지만, 이 날만큼은 그 느린 흐름조차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한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도심을 가득 채운 차량들 중 대부분은 픽업트럭이었고, 트럭의 짐칸은 이미 작은 무대가 되어 있었습니다. 어떤 차량에서는 물총을 쏘고, 또 다른 차량에서는 술을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고,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춤을 추는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정해진 용도가 따로 없었습니다. 물을 뿌리는 것도, 술을 마시는 것도, 춤을 추는 것도—그 모든 것이 다 허용되는 자유로운 공간이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지나가는 보행자나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진흙을 손에 묻혀 얼굴에 살짝 발라주기도 했습니다. 그 행위는 장난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축복처럼 느껴졌습니다. 또 다른 분들은 전통 악기를 꺼내 연주하며 리듬을 끌어올렸고, 그 리듬은 트럭 안 사람들을 넘어 옆 차량에 탄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공유되었습니다. 차선을 넘어 함께 춤을 추고, 웃고, 건배하는 모습이 거리 곳곳에서 이어졌습니다. 파워레인저 복장을 한 한 남성은, 오늘만큼은 지구가 아닌 이 치앙마이의 거리를 지키는 히어로처럼 보였습니다.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물총을 쏘며, 축제 한가운데에서 거리의 스타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차량 행렬은 느리지만 유쾌하게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사진을 찍으면 찍을수록, 모두가 웃고 있었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웃는 얼굴을 한자리에서 본 적이 있었던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자유로움과 행복감. 어쩌면 그게, 제가 송크란을 다시 찾게 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통과 함께하는 송크란, 올드타운 시가지

보통 마야몰에서 창푸억 게이트까지는 도보로 약 25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하지만 가장 치앙마이스러운 송크란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습니다. 창푸억 게이트를 지나 올드타운 시가지로 들어서는 길은, 송크란 기간 중 가장 한적한 구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거리 곳곳에 매복해 있는 물총잡이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 잠시 불타올랐던 육체와 정신을 식히기에 딱 좋은 여유로운 분위기였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삼왕상을 지나 올드타운 중심부로 진입하게 되는데, 그곳에서는 또 다른 송크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번엔 가장 전통적인 스타일의 송크란이었습니다.

마치 작년 종로에서 보았던 부처님 오신 날 연등회처럼, 인근 사원들에서는 부처님 상을 차량에 태워 행진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길 위를 가득 메운 깃발들과 정성스럽게 차려입은 전통 복장의 행렬, 금빛 장식으로 둘러싸인 부처님 상과 꽃으로 가득한 수레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예술작품처럼 보였습니다. 차량 위에 오른 청년들은 왕실을 연상케 하는 의상과 단정한 자세로 부처님의 좌대를 지키고 있었고, 행렬의 앞쪽에는 각 지역 사원의 이름이 적힌 배너가 바람에 찬란하게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축제를 즐기던 관광객들조차 이 장면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추었고, 손에 들고 있던 물총 대신 조용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송크란은 분명 물의 축제이지만, 그 안에는 시간과 믿음, 그리고 정성이 겹겹이 쌓여 있었습니다.


불교가 국교인 태국답게, 사람들은 부처님께 뿌릴 물을 정성스럽게 준비해 차량 위의 스태프들에게 조심스럽게 올려드립니다. 그 행위는 단순한 참여가 아니라,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의식이며 이를 통해 스스로의 업보를 씻어내고 부처님의 자비를 얻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듯했습니다. 한 할머니께서 두 손으로 물을 공손히 건네시고, 이내 합장한 채 눈을 감고 계셨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사진 셔터를 연신 눌렀습니다. 기도하는 얼굴에서는 간절함보다도 먼저 고요함이 느껴졌습니다. 무엇을 기도하고 계셨을까요. 삶을 되돌릴 수 있는 무언가였을까요, 아니면 지금의 평온이 조금 더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까요. 불교에서는 삶의 고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그분의 기도는 장황하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고 소박한 바람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젊을 때는 더 많이 가지기 위해 기도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비워내야 비로소 행복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을, 저 노모께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계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원들의 행렬이 지나간 뒤, 마치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하려는 듯 치앙마이 대학교 학생들의 퍼레이드가 이어졌습니다. 전통 복장을 입고 등장한 학생들의 모습은 고대 태국 왕국의 혼례식을 연상케 했습니다. 흰 코끼리를 탄 왕자님은 정말로 백마 탄 왕자의 태국 버전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조각 같은 얼굴을 자랑했고, 그 곁의 공주님 역시 고풍스러운 의상과 단아한 표정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디즈니에서 태국을 배경으로 실사 영화를 만든다면, 이분들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이들에게는 사람들의 물총 세례가 유독 조심스러웠다는 것이었습니다. 축제의 법칙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할 텐데, 아직까지도 왕실과 유사한 이미지를 성역처럼 여기는 태국 문화의 영향 때문일까요. 사람들은 이분들에게만큼은 물을 조심스럽게 피하거나, 아래쪽으로 살짝 뿌리는 모습이었습니다. 너무 선남선녀라서 조심했던 걸까요, 아니면 왕실을 상징하는 느낌 때문이었을까요. 저도 스스로 그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화려한 퍼레이드 한복판에서 유난히 눈길을 끈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Faculty of Humanities’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던, 다소 노안의 학생이었는데요. 누가 보아도 본인이 행사의 주인공인 것처럼 당당한 걸음과 스웨그 넘치는 춤사위로 퍼레이드 내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물을 맞는 것도, 웃는 것도, 손짓 하나까지도 완벽하게 자신의 리듬으로 표현하고 있었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절로 미소 짓게 만드는 에너지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그가 들고 있던 학과명이 ‘인문대’였던 것처럼, 가장 인문학적인 춤사위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던 순간이었습니다.


2025년 송크란을 마무리하며…

그렇게 때로는 엄숙했고, 때로는 화려했으며, 또 한편으로는 즐겁기까지 했던 행렬은 서서히 져물어 가는 해와 같은 방향인 서쪽 문을 향해 천천히 이동했습니다. 그 끝에는 태국 북부 불교의 상징인 왓 프라싱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온 도시를 가득 채웠던 물의 에너지와 북소리, 그리고 찬란한 색감들은 이 사원의 문 앞에서 하나둘씩 조용히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습니다. 화려했던 행렬은 그 속으로 들어가며 마치 흩어지듯 사라져 갔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올해의 송크란은 여기까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빛 불탑이 먹구름 아래에서 더 짙게 빛나던 그 순간, 무너질 듯 무겁고도 장엄한 하늘 아래, 사원의 붉은 목조 지붕은 묵직한 고요함을 품고 있었습니다. 축제의 흥이 가시지 않은 거리와, 그 거리 너머에서 마치 다른 시간대에 존재하는 듯한 사원의 정적. 두 장면이 나란히 서 있는 풍경 속에서, 제 마음도 함께 정리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년 방콕에서의 송크란이 폭발적인 에너지였다면, 치앙마이에서의 송크란은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함께 흐르는 축제였습니다. 송크란의 본고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도시는 송크란의 본연의 의미와 종교적인 무게, 그리고 현대적인 즐거움까지 모든 결이 공존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요즘은 무엇을 해도 생각이 많아지는 사십춘기의 시기이지만, 이번 여행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오롯이 한 가지에만 몰입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주었습니다. 아기자기하지만 그 안에 밀도 높은 이야기를 품고 있던 도시, 치앙마이. 아마 이 도시는 제가 다시 그리워하게 될 곳일 것입니다. 그렇게 또다시 찾아올 이유 하나를 마음속에 남겨둔 채, 저는 올해의 송크란을 사진 속에 조심스레 담고 귀국길에 오릅니다.


세줄 요약

1. 송크란, 단순한 물놀이 아님!: 전통, 종교, 현대적 의미까지 담긴 단순 물총 축제 그 이상.

2. 치앙마이는 바가지가 인싸템!: 방콕은 물총이 대세라지만, 치앙마이는 무료 물 보충에 바가지 하나면 됨!

마야몰은 둠칫둠칫, 올드타운은 전통 분위기 물씬!

3. 결국 송크란은 '사람'이다!: 트럭 위에서 춤추고 축복하는 사람들 속에서, 진짜 송크란의 자유와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음! (feat. 형 같아 보이는 인문대생 스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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