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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Feb 05. 2021

084. 간절함의 역설

파일럿이란 직업은 선망의 직업이다. 고가의 비행기를 조종한다는 업무의 특수성에 걸맞게  소득도 상당한 편이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로 가장 직격탄을 입은 업종이 항공업계이고  가운데 조종사라는 직업은 자괴감이  만큼 나락으로 떨어진 직종이 되고 말았다. 어제 조종사를 남편으로  아내의 인터뷰 내용을 보다가 드는 생각이 있었다.  직종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직종은 하루아침에 끝없는 추락을 했을까. 코로나라는 직접적인 영향도 있지만 조종사라는 직업적 속성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조종사라는 직업은 항공사와 비행기가 없으면 그야말로 백수일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그런데 비행기라는 것이 누구나 구입할  있는 것도 아니니 그만큼 자기 주도적인 직업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딘가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직업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원자력 발전소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상당한 전문적인 영역일  같고 인력 대체도 어려울  같은데 비행기와는 달리 발전소를 멈출 수는 없으니 그나마 직업의 안정성은 있어 보인다.  유조선을 운전하는 경우는  어떨까? 적어도 작은  정도는 개인도 구입할  있는 수준이니 비행조종사와는  달리 보인다. 결국 비행조종사는 항공사와 비행기에 대한 종속성이 너무 강하다 보니 직업적 어려움이 가중된  같다. 비행 조종사라면 멋있고 선망의 직업 같았는데 실상은 다른 면을 발견하게  것이다. 어떤 조종사는 주차 대행을 하면서 지금의 상황을 버티고도 있다는데 마음의 상처가 상당할  같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스스로에 대해 자문하는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내가 무엇을   있을까?’라는 것이다. 놓인 상황에 대한 자조 섞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내가   있는 것에 맞추어 주변을 둘러보는 수준이다. 다른 하나는 ‘내가 못할게 뭔가?’라는 질문이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훨씬  절박하고 도전적인 질문이다. 이렇게 질문하며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에게는  에너지가 있을  같다. 모르면 배울 것이고 경험이 없다면 어떡하든 경험을 쌓을  같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번역일을 하고 싶었던  여성이 출판사의 번역일을 지원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출판사가 경력자에게만 기회를 주다 보니 경력이 없던 그녀는  미끄러졌다. 그래서 방법을 찾은 것이 스스로 1 출판사를 만들어 저작권이 만료된 외국책을 번역하고 그것을 경력으로 삼아 원하는 번역 일거리를 따냈다고 한다. 이렇듯 무언가를 성취하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실패하는 사람은 핑계를 찾는 법이다. 

사람을 간절하게 만드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무언가를  가지고 싶다거나 이루고 싶을  간절한 마음이 생겨날 것이다. 자동차로 보면 고속도로에서 시속 200Km 달리는 차처럼 오직 전방의  점만 보이는 상태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코로나 상황에서 이런 간절함은 스스로를  힘들게   같다. 아무리 간절해도   있는 게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못할 일이 뭐냐?’라는 질문에다 간절함을 빼고  가볍게 대해보면 어떨까.  번도  해봤다면   해보면 된다. 그러면 그것으로 유경험자가 된다. 모르는 내용이면 물어서 알면 된다. 그러면 아는 사람이 된다. 나에게 펼쳐진 상황을 이렇게 대하다 보면 세상에 내가 못할게 뭐가 있을까 싶다. 오직   뿐이라는 비장함에서  벗어나 ‘그럼  일도   해볼까라는  가벼운 시도가 오히려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의 어려움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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