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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Feb 06. 2021

085. 그대여 걱정하지 말아요

미이라는 인간의 육체를 섞지 않게 보존한 것이다. 고대 이집트의 미이라가 대표적인 것일텐데  옛날 시신을 방부처리한 기술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미이라를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떠난 영혼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기라도 했다는 것일까. 하지만 아무리 사랑했던 사람이라도 죽었던 이가 다시  앞에 나타난다면 반가움보다는 두려움이 앞설  같다. 그것도 미이라의 붕대를 감고 나타나면 그야말로 혼비백산 달아나기 바쁠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미이라를 만드는  수고까지 해가며 죽은 인간의 육체를 보존한 것은 육체가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육체는 물질의 세계이다. 태어난 이후부터 늙어가고 병들거나 사고로 죽어가는 것이 물질인 육체가 가는 길이다.  하나의 예외도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미이라를 만든 것이  의미없는 공연한 헛수고로 보여진다.

죽은 인간의 육체를 다루는 방법은 살아있는 인간이 처리해야  문제이다. 매장이나 화장은 일반적이지만 어떤 지역은 새들이 먹도록 하는 조장의 풍습도 있는  보면 죽은 인간의 육체를 다루는 문제는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이러쿵 저러쿵  사안이 아닌  같다. 사람들은 고래로부터 이미 육체의 한계를 파악하고는 영적인 것이 존재한다고 믿었던  같다. 유물론에 입각해서 공산정권을 수립했던 소련은 종교행위 자체를 부정했지만 국민들은 암암리에 종교행위를 계속하였고 소련이 붕괴되자 여기저기서 교회 건물을 다시 짓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있다. 이처럼 인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있는 능력이 있다.

어제 퇴근길에는 어느 불교학자의 강의를 들으며  막힌 도로를 지나왔다. 무명과 무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인간 괴로움의 원인은 무명과 무지에 기인하는데 무명은 밝지 않다는 것이고 무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무명과 무지인가.  마디로 인간에게는 여러 생각들이 많아서라고 한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니 먹구름이 잔뜩 끼여 지혜의 태양을 가린모습이라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생각은 해야 하지만 오지 않은  미래의 일이나 지나간 과거의 후회 등으로 지금의 생활이 산뜻하지가 않다. 엊그제 실시간으로 진행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 어느 질문자가 지금 자신의 병이 깊은데 죽게 되면 어린 아이는 어떡하냐는 걱정에 많이 괴롭다고 울먹였다. 그러자 스님도 걱정이 있다고 하셨다. 자신이 죽고나면 자신이 이끈 수행단체인 정토회의 미래가 어떻게   걱정이라고 비유하셨다.  마디로 그건 당신의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냉정하지만 사실이다. 그건 남은 사람들의 문제이지 죽은 엄마의 문제가 아니었던 거다. 너무도 당연해 보였던 질문자의 걱정이 이치로 따져보면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에 불과했던 것이다.

현재라는 무게에 과거에 대한 후회의 짐과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라는 짐을 더하면 세상 어느 천하장사라도 일어서지 못한다고 했다. 걱정한다고 걱정이 없어진다면 세상에 걱정할 일이 없겠네라는 말도 있듯이 오늘은 그냥 내가   있는 일을 찾아  뿐이다. 걱정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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