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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Feb 09. 2021

088. 최근 은퇴한 벗을 만나다

때로는 내가 추구하는 바가 뭐지라는 의문이 생긴다. 어제 점심시간  동료를 만났다. 그는 한때 나와 함께 근무하다 다른 회사로 이직을 했고 지난해 말에 은퇴를  벗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하얀 백발로 뒤덮여 얼핏 못 알아볼 뻔했다. 맺고 끊음이 분명했던 그의 성격은 직장생활을  곳에서 진득이 하기보다는 여러 직장을 옮겨 다녔다. 그간 전화로만 안부를 묻다가 친구가 은퇴를 하고서야 얼굴을 보게  것이다. 딸의 취업사실과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졌다는 이야기, 은퇴 후 생활은 다행히 안정적이라는  오랜만에 만난 우리의 이야기는 풍성했다. 그의 모습을 보니 그간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그는 30년의 직장생활에서 경제적 은퇴를 했고 이제야 여유를 찾은 느낌이 들어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넸다.

중년 남자들의 인생은 대략  단계로 나누어진다. 대부분이 학창 시절로 이루어진 준비기간과 취업  사회생활 그리고 은퇴  생활이다. 친구는 이제 마지막 단계를 나보다 조금 일찍 들어섰다. 2단계까지는 크게 방황할  없이 목표가 눈에 팍팍 들어온다. 학창 시절에는   높은 성적과 좋은 대학 진학이었고 사회생활에 들어서는 결혼과 아이들 교육, 내 집 마련과 승진 등으로 치열하게 인생의 2/3 채워진다. 그런데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갑자기 목표가 사라진다는 느낌이 든다. 건강? 건강은 유지의 목표이지 성취의 목표는 아니다.  많은 돈벌이? 은퇴한 중년의 남자에게 가능한 일자리 기회는 많지 않고 지금까지 가진 재산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겨야 한다. 자녀들의 취업과 결혼이 남아 있지만 그건 아이들의 문제이고 부모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인생 3단계는 지향점이 애매한 시기인  같다. 아직 몸이나 마음에는 열정이 남아 있지만 자칫  열정이 엉뚱하게 표현되면 개저씨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지난주 청바지를 입은 여직원에게 대학생 같다고 했더니 다시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얘기를 하기에만 나에게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기가 20대라고 했었다. 모든 게 불확실했던 20 보다는 어느 정도 상황들이 정해진 지금이 좋기 때문이다.  숱한 시간들을 헤치고 여기까지 왔음에 감사하다. 어쩌면 인생의  번째 단계는 무언가를 추구하며 살기보다는 감사하며 누리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한다. 그간  살았든  살았든 인생의 성적표는 어느 정도 나왔고  성적이 크게 바뀔  같지도 않다. 그간  보다는 가족들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면 이제는 나에게 눈을 돌려 무언가를 해주는 시기로 삼아보면 어떨까 한다. 이를 두고 백 년 인생을 살아오신 김형석 교수는 ‘개인의 사회화라고 했다. 직장이나 가정의 일원에서 벗어나 개인으로서  사회에 다시 진출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은퇴  달이 지난 동갑내기 친구를 보며 인생  번째 단계의 목표는 지극히 개인적이어야 함을 상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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