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은 짓지도 않으면서 복을 받으려고만 하는 이는 범부중생, 복을 지은 만큼 되돌려 받고자 하는 이는 현명한 사람, 복은 지었지만 되돌려 받고자 하는 기대를 하지 않는 사람은 보살의 마음 _ <법륜 스님>
기대하지 않는 마음이 나에게 편안함을 준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크다는 말도 있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기대를 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그런 기대도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로또 천원을 투자하고 10억 당첨금을 기대하는 것이나 최근의 부동산 상황에서 살고 있는 집의 가격이 오를 것을 기대하는 것처럼 별다른 노력없이 바라고 원하는 마음이다. 다른 하나는 내가 애쓰고 노력한 만큼은 돌려 받기를 원하는 마음이다. 한 달동안 직장다니며 열심히 일을 했다면 당연히 급여일에 월급 받기를 원한다. 물에 빠진 누군가를 어렵사리 구해 주었다면 적어도 고맙다는 인사정도는 받고 싶다. 이처럼 내가 애쓰고 노력한 만큼은 어느정도 돌려받고 싶다는 마음은 정상적인 기대라 하겠다.
불교대학에서 <금강경>을 배울 때 베풀되 돌려받기를 기대하지 말라는 뜻의 ‘무주상보시’라는 말에 거부감이 들었다. 더구나 그것이 본인을 위해서도 득이 된다는 말에는 그냥 종교적 관점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는데 이어지는 스님의 설명을 듣고서 이 말의 진정한 뜻을 이해했다.
세상의 일이 늘 내 뜻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다. 일년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 시험당일 배탈로 시험을 망치는 경우도 있고,기대도 안했는데 살고있는 아파트 가격이 두 배로 뛰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세상일은 내가 노력하고 애쓴만큼 반드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 다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정도이다. 정말 큰 기대를 하고서 가게를 열었는데 그 다음달 코로나가 터지는 경우도 보았다. ‘무주상보시’는 내가 할 일은 하되 그에 대한 보상이 돌아오리라는 기대를 내려놓는 것이다. 이게 왜 득이 되는 걸까. 내 마음의 괴로움이 덜하기 때문이다. 기대했는데 결과가 없다면 얼마나 실망스럽고 괴로운 일인가. 일은 사람이 하고 뜻은 하늘이 이룬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다만 나의 일을 할 뿐이고 일이 되고 안 되고는 나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겸허히 수용하는 말이기도 한 것 같다.
또한 ‘무주상보시’는 내가 하는 일에서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적용할 때 좀 더 효과적인 것 같다. 내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해주었는데 돌아오는 것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그 사람에 대한 미움이나 원망심이 생긴다. 그러면 누가 괴로울까? 내가 괴로운 거다. 베풀되 베풀었다는 마음마저 버리라고 가르친다. 어찌보면 ‘무주상보시’는 그 사람에게는 나의 할 바를 다하되 달리 기대하지 않는 마음이니 그에게 행하는 과정 자체에서 순수한 즐거움을 찾는 행위이다. 그리보면 이것은 지금 여기서 깨어있는 삶을 살아가는 관점이기도 하다. ‘무주상보시’는 어찌보면 역설적인 해석이지만 인생의 통찰력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