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 자기는 나를 얼마만큼 사랑해?
남자 : 하늘만큼 땅만큼 (^^)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는 말은 경영학의 큰 스승인 피터 드러커가 했던 말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논란이 있는 말이었다. 그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도 하고 그의 뜻을 한 부문만 인용하여 왜곡시켰다는 주장도 있다. 좀 오래된 노래지만 그룹 ‘015B’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이란 노래는 ‘저녁이 되면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 관심도 없는 하루의 일과를 묻곤 하지’라는 가사로 시작된다. 애인에게 전화하는 횟수로 그의 사랑을 측정할 수 있을까. 조직을 경영하는데 어떻게 측정 가능한 요소들만 있을 것인가. 직원들의 일에 대한 열정을 일하는 시간만으로 측정한다면 그런 회사는 조기에 폐업을 할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측정 가능한 것도 있지만 측정이 안 되는 것도 많은데 그런 것들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부모의 자식에 대한 애정을 용돈의 액수나 횟수로 측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성과를 냈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은 측정할 수 없다고 여긴 것들에 대해 측정하는 방법을 찾아냈던 사람들이 많다. 하다 못해 예술에서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 피아노 콩쿠르 1위라는 측정 가능한 이력이 있었기에 유명해진 것이다. 피터 드러커가 측정에 관한 말을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관리하려면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경영의 주요 이슈이다. 지난달 병원에 검진차 갔더니 의사 선생이 콜레스테롤 수치가 지난번보다 높게 나왔으니 고기 먹는 것을 줄이라고 했다. 건강을 챙기는 것은 측정이 어렵지만 식사 때 고기 먹는 횟수를 줄이는 일은 측정 가능한 일이다. 다만 식사 때마다 신경을 써야 한다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아무튼 가능은 한 일이다.
평소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제품의 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는데도 명품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왜 가격이 비싸지는가. 아니 어떤 경우는 제품의 질은 더 떨어지는데도 비싼 경우도 있다. 강남의 은마 아파트는 녹물이 줄줄 흐르는데도 34평이 21억이라는 가격이 형성되어 있으니 말이다. 이런 현상에 대한 측정기준은 대체 무엇일지 궁금했었다. 그런데 최근 그럴듯한 해석을 보았다. 그 내면에는 인간의 과시욕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석기시대에 고인돌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고인돌은 주변에 돌이라곤 보이지 않는 허허벌판에 커다란 받침돌을 두 개 세우고 그 위에 크고 넓적한 돌을 올려놓은 모습이다. 학자들은 그 원시시대 운반 도구도 변변히 없었을 텐데 많은 인력을 동원해서 이런 쓸데없는 짓을 왜 했는지 궁금했다고 한다. 그런데 거기에는 부족의 안전과 관련된 심오한 의미가 있다고 추정했다. 고인돌이 크면 클수록 다른 마을의 원시인들이 쉽게 공격해 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사람의 숫자가 곧 군사력이었다. 이렇게 큰 고인돌을 쌓을 정도로 우리 마을에는 사람들이 많으니 약탈할 생각은 말라는 경고의 의미라는 것이다. 그러니 인간의 과시욕은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안전과 깊이 관련된 의미 있는 행동이라고 해석했다. 나는 비록 녹물이 줄줄 흐르는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그래도 21억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다. 나는 이런 비닐 가방 하나에도 수 백만을 쓸 수 있는 사람이니 무시하지 말라는 현대판 고인돌이라는 것이다. “낭비하고 과시하라. 그러면 존경을 받을 것이다.” 인간의 과시욕을 꿰뚫어 본 사회평론가 베블런의 말이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지만 굳이 관리할 필요가 없는데도 측정하려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 세상에는 측정하지 않고 그냥 느끼는 게 더 나은 것도 있는 법이다.
여자 : 자기, 나를 얼마만큼 사랑해?
경상도 남자 : 그걸 꼭 말로 해야 아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