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배운 것은 아니지만 혼자서 나름 재미있게 지내는 법을 알고 있다. 일상이 좀 지루하고 따분하게 여겨질 땐 가끔 이 방법을 쓰는데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일단 익숙한 곳을 벗어난다.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잡은 집이나 직장이라는 공간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작은 모헙이 시작된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가 익숙하면 그 동네를 벗어나고, 그 도시가 익숙하면 도시마저 벗어나 본다. 마치 우주선이 지구를 벗어나듯 궤도를 이탈하는 것이다. 어디를 갈 것인가. 정함이 없어야 한다. 가끔은 버스 터미널에 가서는 행선지를 한참 보다가 가보고 싶은 곳을 정해 차표를 끊기도 한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 전혀 낯선 이방인이 되어 돌아다니는 것이다. 보통은 당일 여행이지만 마음내키면 1박을 해도 상관없다. 아무런 목적도 없이 빈둥거리는 여행의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그리고 여행을 가더라도 굳이 그 지역의 유명하다는 곳을 일부러 찾아갈 필요는 없다. 내가 가 보고 싶으면 가는 것이고 아니면 마는 것이다. 파리에 갔다고 꼭 루브르 박물관에 가야 할 이유는 없다. 내가 그림이나 조각에 흥미도 없는데 굳이 그 곳에서 시간 보낼 이유는 없는 것이니까.
가끔 나의 본업과 전혀 다른 엉뚱한 활동을 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하루는 사무실 주변 공사장에서 커다란 굴삭기가 땅을 파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저 덩치 큰 놈을 다루고 싶어졌다. 그 길로 중장비 학원 주말반에 등록해 여름내내 10톤짜리 굴삭기에 올라 버킷을 다루고 운전하는 실습을 재미나게 했던 적이 있다. 굴삭기는 버킷을 빼내고 다른 장치를 결합시키면 큰 드릴이 되기도 하고 집게도 된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마치 내가 로보트를 조종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교육을 마칠 즈음 면허시험까지 응시해서는 생각도 않던 건설기계조종면허까지 취득했으니 과외 소득도 하나 챙긴 셈이다. 이제 굴삭기를 보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예전에는 신기한 듯 보였지만 지금은 익숙한 기계가 된 것이다. 이렇게 미지의 세계를 하나씩 알아가는 그 과정을 즐긴다.
가끔은 혼자서 공연을 보러 가기도 한다. 요즘은 코로나로 직접 공연 볼 기회가 없지만 국악이나 현대무용 공연을 일부러 찾는 편이다. 국악의 풍부한 콘텐츠나 몸짓으로만 감정을 표현하는 현대무용에 재미를 들였다. 알쓸신잡에서 소설가 김영하는 우리는 혼자 있을 자유를 침해받는 경우가 많다며 가끔 혼자서 공연을 보고 있자면 여럿이 왔다는 이유만으로 자리 바꾸자는 요청을 받는다고 했다.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사람에 따라 재미 느끼는 방식이 다르겠지만 나는 혼자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거리는 일에서 재미를 느끼는 편이다. 은퇴를 하면 혼자 노는 법을 배워둬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그런 면에서 나는 상당한 능력자인 셈이다. 이처럼 글을 쓰는 것도 혼자서 노는 재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