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은메달을 땄다. 금메달을 딸 수도 있었는데 정말 속이 상한다.
B. 동메달을 땄다. 정말 기분이 좋다. 하마터면 메달권에 들지 못할 뻔했는데.
올림픽 시상식을 보면 은메달을 딴 선수보다 동메달을 딴 선수가 더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이유는 위와 같다. 은메달을 딴 선수가 놓친 것을 보고 있다면 동메달의 선수는 가진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느끼는 행복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행복이란 은메달이나 동메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 마음을 두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위의 은메달을 딴 선수를 단박에 행복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금메달의 선수와 기량차가 너무 벌어져 어차피 은메달과 동메달을 두고 겨루는 상황이었을 때이다. ‘그것은 다만 그것일 뿐이다.’ 은메달이나 동메달에는 좋고 나쁨이 없다. 다만 내가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달렸을 뿐이다.
어제 한 직원이 올해 현장의 민원부문을 평가하는 기준을 들고 왔다. 기본 배점을 부여하고 민원이 발생할수록 점수가 차감되는 방식이었다. 기준을 검토하다가 점수를 차감하는 대신 점수를 주는 방식을 찾으라고 했다. 그는 말도 안 된다며 민원이 무슨 영업실적도 아니고 발생할수록 점수를 더 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민원은 이런 식으로 평가를 했는데 내가 괜한 트집 잡는 것처럼 억울해했다. 과연 그럴까? 내가 두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니 다시 고민하겠다며 물러갔다.
첫째, 올해 민원건수가 늘어나 연도 중인 6월쯤에 점수를 다 까먹었다면 어떡할 것인가? 분명 그 부서는 올해는 글렀다는 마음이 생겨 자포자기할 건데 그게 우리가 바라는 바는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가진 점수를 지키려는 자세와 어떤 점수를 얻고자 도전하는 자세는 마음부터가 다르다. 그러니 전년도 데이터를 보고 민원건수별로 구간을 나누어 점수를 차등해보라고 했다.
부정적인 지표도 관점을 달리하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민원은 발생해선 안 되는 부정적인 지표이니 발생할 때마다 마이너스로 벌점을 부여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달리 보면 민원은 어차피 발생하게 마련이니 어느 수준에서 관리할 건지 정하는 방법도 있는 것이다. 민원은 다만 민원일 뿐,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