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용범 Nov 25. 2020

010. 놀이를 찾는 인간

메타포는 은유법으로 번역된다. 직접적인 묘사는 아니지만 돌려서 표현하는 방식이다. 효율과 속도를 우선시하는 비즈니스와는 거리가 있지만 사람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는 방식이다. 남자가 여자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돌아선다. 여자는 망설이다 남자에게 말한다. “라면 먹고 갈래?” 어떤 드라마에서 이 대사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드라마보다 대사가 더 사람들의 기억에 남은 것 같다. 우리는 뭔가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표현하는 것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는 간접적인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것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생각을 좀 해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은 어떤 대상과 전혀 다른 대상을 서로 연결하는 방법이다. 낙엽과 가을은 너무도 당연한 직접적인 연결이지만 은퇴를 앞둔 어느 중년 남성을 낙엽에 연결하면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나무에 매달려 바람에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모습에서부터 길가에 뒹구는 낙엽의 이미지까지 그 단순한 연결 하나로 듣는 사람들에게 정말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다. 이것은 직접적인 표현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한데 듣는 사람에게 여러 가지 상상의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그동안 드라마를 본다거나 소설 읽기를 그리 즐기지는 않았다. 세상에 있는 현실적인 팩트들을 수용하기도 벅찬데 허구의 세계에서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으려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던 내가 중년에 들어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있다. 내 인생의 엄청난 반전인 셈이다. 그동안 나를 잘 아는 지인들은 나의 대학원 전공을 들으면 “네가? 왜?”라는 반응들을 먼저 보인다. 한 마디로 예상 밖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쪽 세상은 그간 내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었다. 시인과 소설가를 만나고 등단과 공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출판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어제는 러시아 영화를 전공한 분의 강의를 들으면서 이름도 발음하기 힘든 타르코프스키, 즈뱌긴체프 등의 작품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앞으로 인생 3막에 귀 호강, 눈 호강할 일이 참 많겠다는 기대감도 생겨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호모 루덴스는 놀이하는 인간, 유희하는 인간이란 뜻이다. 인간은 원시시대 벽화에도 나타났듯이 아주 오래전부터 그림을 그리고 불 주위에 둘러앉아 노래하고 춤도 추었을 것이다. 그 후 언어가 생기고 문자가 발명되면서 사실도 기록했지만 이야기를 지어내고 그것을 무대에 올려 배우라는 사람들의 연기를 보며 즐거워도 했을 것이다. 무언가를 창작하는 즐거움과 그것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기쁨은 그간 내 삶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어떤 목표를 정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실행에 옮기는 것과는 많이 다른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재미가 있나 보다. 세상에는 재밌고 흥미 있는 것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런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것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좀 알아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 주변에 늘려 있지만 다만 보지 못할 뿐인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009. 작은 카페를 생각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