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라는 가수를 알게 되었다. 제주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주인이기도 한데 서점 이름이 ‘책방무사’라고 한다. ‘무사’의 뜻이 ‘무사히’, ‘무사한’ 같은 아무 일 없기를 뜻하는 말이라는데 그녀의 인터뷰를 보아하니 책을 많이 접해서인지 젊은 처자임에도 상당한 품격이 느껴진다. 자신의 주관을 지니고 당당하게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데 그 모습이 좋아 보였다. 문득 나도 저런 작은 책방 하나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현실적인 투자비용을 생각해보니 수익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요즘 오프라인 서점은 온라인 서점에 자리를 내어주어 이미 사양 산업이 된 지 오래이다.
그런데 최근 동네서점도 색다른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물량과 마케팅으로 승부하는 온라인이나 대형서점들과는 달리 작은 독립 출판사의 책들을 아기자기하게 비치하고 카페 겸 커뮤니티 공간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밖에서 보는 경영의 관점에서는 도저히 운영이 안 될 것 같은데 내실은 어떨지 모르겠다. 어쩌면 삶이 여유로운 주인장이 소득은 딴 곳에서 발생시키고 서점은 그냥 취미나 놀이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저렇게 가게를 내고 나면 대부분의 시간들을 장소에 구속받는 불편함도 있을 텐데 역시 카페 달린 작은 서점이란 좋아는 보이지만 실상은 골치 덩어리일 수도 있겠다
지인들 중에 예쁜 카페 하나 내고 싶다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그런데 주변에는 이렇게 많은 카페가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오늘날 카페는 흔한 사업이 되었다. 돈을 벌고 싶다면 카페를 낼게 아니라 원두 유통업을 하는 게 더 나아 보인다. 기사에 의하면 한국은 세계 3위의 커피 수입국이고 한 사람이 연간 512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하니 커피에 대한 우리의 애정은 지나치다 못해 과할 지경에 이른 것 같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카페를 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좀 이상해 보인다. 일은 상대적으로 편해 보이고 음악 들으며 책도 보는 그런 우아한 장사를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카페가 많다는 것은 그만한 수요가 있다는 것인데 왜 사람들은 카페에 가는 것일까. 내 기억으로는 주변에 이처럼 카페가 늘어난 것이 해리포터 한국 출간 시기인 1999년 즈음이었던 것 같다. 당시 가난한 이혼녀인 조앤 롤링이 동네 카페에서 해리포터를 집필했다는 후일담이 있었는데 어쩌면 그 계기인지도 모른다. 사실인가 싶어 국내 3대 브랜드 카페 설립 시기를 보니 얼추 비슷하다. 한국의 스타벅스는 1999년, 투썸플레이스는 2002년, 할리스 커피는 1998년에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카페는 커피를 매개로 한 공간 대여사업이라는 얘기도 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 잔에 400원 정도 한다는 커피 원가에 비하면 한 잔의 커피값은 지나치게 비싸 보이긴 하다. 이리 보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테이크 아웃하는 것은 정말 낭비적인 소비 행위이겠다.
카페를 내고 싶어 하고 작은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떤 마음들일까. 혹시 치열한 경쟁은 하기 싫고 돈은 벌고 싶은 것은 아닐는지. 그리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비싼 커피 값을 내고 카페에 앉아 있는 것은 사회생활에 많이 지쳐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카페는 커피 한 잔에 음악과 편안한 공간을 제공해 잠시 휴식을 제공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하지만 편안한 공간인 카페는 늘어나지만 치열한 삶의 현장들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