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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Mar 18. 2021

125. 좀 떨어져서 지켜보기

우리는 알지 못하는 미지의 대상에 대해서는  가지의 태도를 취하는  같다. 하나는 적극적으로 탐구해 들어가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두려움을 갖고 일정한 거리를 두는 방식이다. 보통은 후자의 방식을 취한다. 그런데 그것이 현명하긴 하다. 만일 인간의 속성이 호기심을 탐구하는  일반적이었다면 인류는 일찌감치 상당한 위험에 처해 멸종되었을 것이다. 원시시대에 숲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났을  호기심을 느껴 숲으로 들어갔던  보다는 두려움을 품고  자리를 피했던 이가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숲 속의  소리는 대부분 작은 산토끼였겠지만 만에 하나 호랑이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달에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의 대응을 준비하는 직원이 퇴근 무렵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 하기에 왜 그러냐고 물었다. 금융위원회에서 법의 최종 시행령을 퇴근 무렵 발표했는데 기존 예고되었던 내용에서 달라진 부문이 꽤 있어 내부적으로 바꿔야 할 내용이 제법 있다는 것이다. 앉아 있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어 보여 덮어놓고 그냥 저녁이나 먹자며 이끌었다. 식사자리에서 너무 앞서 가지 말라는 말을 해 주었다. 어차피 이 법은 올해 처음 시행되는 것이고 법 시행에 따른 영향도가 크다는 예상은 있지만 아무도 그 수위를 짐작할 수는 없다. 그가 법과 시행령, 감독기준에 대한 삼단 비교표를 만들어야 한다며 보조 인력이 필요하다기에 그것도 만들지 말라고 했다. 의아한 표정을 짓는 그에게 법이 시행되었으니 누군가는 만들겠지만 그게 꼭 본인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 직원은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다며 웃음을 보였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금융업계에 범이 내려온 것과 같다는 말들을 한다. 하지만 범이 내려왔을 때 가까이 다가가 실체를 파악하는 방법도 있지만 거리를 두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 직원이 일에 너무 몰입되어 주변을 살피지 못하는 것 같아 좀 떨어져서 보라는 조언을 해준 것이다. 회사에서 내가 아니면 이 일을 못한다는 생각은 책임감이 강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달리 보면 지나친 오만이라고 본다. 이는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처사 기도 한데 세상은 한 사람이 있건 없건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마련이다. 미지의 세계일수록 일정한 거리를 두며 지켜보는 것이 더 현명할 것 같다. 그리고 모든 것을 내가 처리해야 한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면 조직이 왜 필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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