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알지 못하는 미지의 대상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태도를 취하는 것 같다. 하나는 적극적으로 탐구해 들어가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두려움을 갖고 일정한 거리를 두는 방식이다. 보통은 후자의 방식을 취한다. 그런데 그것이 현명하긴 하다. 만일 인간의 속성이 호기심을 탐구하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인류는 일찌감치 상당한 위험에 처해 멸종되었을 것이다. 원시시대에 숲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났을 때 호기심을 느껴 숲으로 들어갔던 이 보다는 두려움을 품고 그 자리를 피했던 이가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숲 속의 그 소리는 대부분 작은 산토끼였겠지만 만에 하나 호랑이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달에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의 대응을 준비하는 직원이 퇴근 무렵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 하기에 왜 그러냐고 물었다. 금융위원회에서 법의 최종 시행령을 퇴근 무렵 발표했는데 기존 예고되었던 내용에서 달라진 부문이 꽤 있어 내부적으로 바꿔야 할 내용이 제법 있다는 것이다. 앉아 있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어 보여 덮어놓고 그냥 저녁이나 먹자며 이끌었다. 식사자리에서 너무 앞서 가지 말라는 말을 해 주었다. 어차피 이 법은 올해 처음 시행되는 것이고 법 시행에 따른 영향도가 크다는 예상은 있지만 아무도 그 수위를 짐작할 수는 없다. 그가 법과 시행령, 감독기준에 대한 삼단 비교표를 만들어야 한다며 보조 인력이 필요하다기에 그것도 만들지 말라고 했다. 의아한 표정을 짓는 그에게 법이 시행되었으니 누군가는 만들겠지만 그게 꼭 본인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 직원은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다며 웃음을 보였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금융업계에 범이 내려온 것과 같다는 말들을 한다. 하지만 범이 내려왔을 때 가까이 다가가 실체를 파악하는 방법도 있지만 거리를 두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 직원이 일에 너무 몰입되어 주변을 살피지 못하는 것 같아 좀 떨어져서 보라는 조언을 해준 것이다. 회사에서 내가 아니면 이 일을 못한다는 생각은 책임감이 강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달리 보면 지나친 오만이라고 본다. 이는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처사 기도 한데 세상은 한 사람이 있건 없건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마련이다. 미지의 세계일수록 일정한 거리를 두며 지켜보는 것이 더 현명할 것 같다. 그리고 모든 것을 내가 처리해야 한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면 조직이 왜 필요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