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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Mar 20. 2021

127. 경쟁은 아무튼 피곤하다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고 하지만 조직 내 어느 위치에 있다 보면 직원을 평가해서 점수화하는 것이 중요한 업무  하나이다. 그런데 이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업무능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높은 점수를 주면   같지만 입사 연도는 빠른데 승진을 못하고 정체된 구성원이 있으면 조직의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비록 인사의 기준은 제시되어 있지만 우리 부서만 기준을 준수하고 다른 부서가 기준과는 상관없이 누군가를 밀어주기 식으로 해버리면 본의 아니게 공정을 기했던 이쪽 부서의 승진 TO 다른 부서에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일종의 미인대회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A 마음에 들지만 우승을   같은 B에게 점수를 주는 식이다.       


최근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올해 나의 평가에 따라 희비가 교차될 직원이 두 사람인 것이다. 둘 다 밀어주고 싶지만 나에게 주어진 카드는 단 한 장이다. 처음에는 별 고민이 안되었던 사안이었다. 한 직원이 곧 출산 예정이라 당연히 휴직을 할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출산 후 바로 출근하겠다는 의지를 비치니 결과적으로 두 사람 모두를 평가해서 순위를 매겨야 할 처지가 되었다. 법륜스님은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는 무조건 엄마가 돌봐야 한다고 했는데 승진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10년 차 워킹맘에게 뭐라 말도 못 하겠다. 그렇다고 출산을 앞둔 워킹맘을 밀어주자니 그도 망설여지는 것이 경쟁관계의 직원이 평가의 공정성을 이야기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 출산을 앞둔 워킹맘은 일의 성과면에서 분명 불리한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고민스러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럴 때는 차라리 SK이노베이션처럼 직급을 단일화해서 승진을 없애버린 제도가 더 좋아 보이기도 하다.


공무원이나 공기업의 조직은 보통 연공서열로 승진이 결정된다. 오래 근무한 직원이 승진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의 장점은 안정성은 있지만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력이 떨어지고 조직의 활력이 처지는 면이 있다. 하지만 공무원 조직이 너무 변화하는 것은 오히려 불안요인이 될 수도 있어 조직의 특성에는 맞는 제도라 여겨진다. 일반 대기업은 성과중심의 인사체계이다. 성과를 못 내면 젊은 상사가 오기도 하고 여성의 상사와 근무도 한다. 최근 민원관리 경력자를 계약직으로 채용한 적이 있다. 급여 수준이 높지 않고 계약직 신분이다 보니 아무래도 연배가 높으신 분들이 주로 지원을 했었다. 나 스스로는 예의를 갖추지만 그분들 입장에선 직장 내 상사인 내가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조직 내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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