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국제공항!
아직은 없는 꿈의 공항이다. 하산은 러시아의 동북부에 속한 지역으로 북한의 나진선봉, 중국의 훈춘과 연결되는 국경도시이다. 하산 국제공항은 동북아 공동체 문화재단에서 주관한 세미나에서 김재효 북방경제연구원장의 제언이었다. 남북철도 연결은 익숙하게 들어온 테제였지만 그 지역에 공항을 건립한다는 생각은 무척 신선한 발상이었다. 그분의 발표를 듣고 있자니 수년 전 하산 시의 크라스키노 전망대에서 하염없이 내려다보았던 두 갈래 길이 떠올랐다. 오른쪽으로 난 길은 중국의 훈춘시로 연결되는 길이었고 왼쪽으로 이어진 길은 북한의 나선시(나진-선봉)로 가는 길이었다. 주변의 풍광은 허허벌판이었는데 멀리서 두만강이 흘러 들어가는 동해가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대담, 트럼프와 문재인, 김정은의 만남, 김정은이 열차로 베트남 다낭까지 가서 이루어진 트럼프와의 회동까지 이제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은 역사적 장면들이었다. 무슨 꿈을 꾼 것만 같다. 그 후 일본과 미국의 네오콘들에 의해 부서진 우리의 남북 협력의 꿈은 저 나라들을 과연 우방이라 불러야 하나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제는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남북관계의 해빙기는 점점 멀어져 가는 것만 같다. 무엇보다 북한의 상황이 지금쯤 심각하리라는 추측만 할 뿐이다.
유엔 두만강 개발계획(GTI)은 유엔이 주도하에 두만강 하구 유역을 중심으로 동북아의 국제경제특구를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그 후 북한의 탈퇴로 지지부진한 상황이지만 이 프로젝트만 실현된다면 동북아 지역의 가장 뜨는 지역이 될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인력들, 대륙과 해양으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지에 한, 미, 일의 자본이 붙는 큰 그림을 그려보면 미국의 투자가 짐 로저스가 충분히 눈독을 들일만도 하다. 어제는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참여 가능한 중국, 러시아와 협력하여 개발해 보자라는 의견도 나왔다. 그리고 하산 국제공항의 경제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는데 역으로 공항을 만들어 그 지역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이 발제자의 주장이었다.
아무튼 북한이라는 나라가 늘 걸림돌인데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주변에서 아무리 뭐라 한들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도 싶다. 그럼에도 어제의 세미나를 들으며 드는 생각은 일단 북한은 나중에 참여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 미국이라도 참여시키는 프로젝트의 첫 단계로 공항부터 하나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 보았다. 작년 나에게는 두 개의 배낭여행이 계획되어 있었다. 하나는 4월에 바이칼 호수를 가 보는 것과 9월에 중국 훈춘으로 들어가 육로로 러시아 국경을 건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무산되었지만 조만간 국경이 다시 열리면 그 길을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