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 교수의 강의를 보다가 재미있는 개념을 들었다. ‘메타언어’이다. 사전을 검색해 보니 그 해석이 더 어렵다. 어떤 언어를 기술하거나 분석하는데 쓰는 말이라고 한다. 상위언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그런데 역시 대가는 어려운 개념을 쉽게 풀어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나 보다. 한 가지 예를 드니 메타언어의 개념이 바로 이해가 된다. ‘윷놀이, 한복, 떡국’이라는 세 단어를 들려주며 무엇이 연상되느냐고 묻는다. 그냥 툭 튀어나오는 말이 ‘설날’이다. 이처럼 직접적인 언급이 없더라도 구성하고 있는 다른 요소들을 보면 생각나는 개념, 그것이 메타언어임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메타언어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되는 것이 먼저라는 말을 한다. 윷놀인, 한복, 떡국에 해당하는 개인의 경험이나 지식 같은 데이터베이스를 말한다. 그런 요소들의 연결을 통해 나만의 메타언어가 하나 탄생하는 것이다. 학자라서 그런지 접근 방법이 독특하다. 그냥 호기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많이 하는 것이 풍요롭고 재밌는 인생을 살게 된다는 말이렸다.
그리보면 나는 비교적 재미있게 살 성향은 있는 것 같다. 직장이라는 틀에는 머물지만 개인적인 관심거리가 다양한 편이고 직장 내 동료뿐 아니라 다른 영역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일에 꽤 흥미를 느끼고 있다. 반면에 하나에 깊이 빠져드는 것과 반복적인 일은 잘 못하는 편이다. 호기심 천국이라는 말처럼 세상에 재미난 게 늘려 있는데 하나만 붙들고 있는 것은 왠지 답답하게 여겨진다. 이런 내가 한 직장에서 30년을 넘게 근무했다는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그런데 그도 가만 생각해 보니 내가 했던 일이 정말 다채로웠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보수적인 회사였지만 업무 특성상 출근해서 가만히 책상에 머무는 시간보다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경우가 더 많았다. 현장관리라는 명목으로 출장도 지겹게 다녔고, 새로운 영업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만들어 내는 재미에 푹 빠져 지냈던 것 같다. 결국 자기 성향 따라 가는가 보다.
김정운 교수는 인생을 재미있게 살려면 ‘조급함과 불안’을 경계하라고 했다. 사람이 조급해지면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없고, 불안하면 인생 전체를 보지 못해 자신의 메타언어를 상실하게 된다는 얘기였다. 그 방법도 알려 주는데 ‘오늘을 살라’고 한다. 오지 않은 미래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불안과 조급함이 생겨나는 것 같다. 현대 심리학의 이론이나 불교의 가르침이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지금 여기에 살아라’. 몸은 여기에 있으나 마음은 과거와 미래를 수시로 오가니 가만히 앉아 있는 명상이 그렇게 어려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