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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Apr 01. 2021

139. 내가 50대가 되면서 알게 된 것들

서울시장 선거로 출근길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투표일이라 당연히 하루 쉬겠거니 했는데 아니었다. 보궐 선거다 보니 서울 부산만 시끌시끌한 선거판인 모양이다. 투표는 해야겠지만 그다지 끌리는 후보가 없긴 하다. 이전 시장도 괜찮다 여겼었는데 개인적인 추문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걸 보면 멀쩡하던 사람도 정치를 하면 변하는가 보다. 그런데 선거벽보의 후보들을 보며 스치는 생각이 있다. 일부를 제외하면 연령대가 나와 별 차이가 안 난다는 사실이다. 예전에 선배들은 나이 들면 행동이 둔해진다는 비유로 ‘마음은 박남정인데 몸은 김정구’라는 말을 했었다. 당시는 박남정이 댄스가수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시기였다. 지금은 두만강 푸른 물에를 불렀던 김정구 님은 돌아가신 지 오래이고 그 박남정은 나와 같은 50대이다. 이제 저 말을 이렇게 바꿔야지 싶다. ‘마음은 BTS인데 몸은 박남정’이라고.


내가 인생 50대에 들어서면서 알게 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사회적으로 직위가 높다거나 많은 부를 이룬 사람들에 대해 좀 덤덤해지는 것 같다. 내가 애쓴다고 닿을 수 없으니 그런 면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그들이나 나나 하루 지내는 모습이 뭐 그리 다를까 싶어서다. 삼시세끼 밥은 챙겨 먹을 것이고 잠도 자고 몸에 옷은 하나 걸치고 있을 테지. 오히려 더 많이 가졌고 더 높이 올랐지만 지금은 감방에 있는 이재용 씨나 박근혜, 이명박 씨 보다는 내가 좀 더 낫다는 생각도 든다. 그들에 대한 여러 수식어 대신 ‘~씨’라는 호칭을 일부러 붙여 보았다. 호칭 하나로도 어쩐지 크게 다를 바 없는 사람 같다.  


둘째, 나 자신이 도달할 수 있는 사회적 위치나 가질 수 있는 것들의 한계를 보게 된다. ‘아, 나는 이 정도 까지겠구나’를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는 말씀이다. 그리고 그것을 담담히 수용하게 되는데 달리 말하면 그 이상 가고 싶은 마음도 안 생겨난다. 굳이 무리하고 싶지가 않아서다. 회사 내 지위의 차이도 어차피 퇴직 나이는 정해져 있으니 ‘당신이나 나나 얼마 안 남았는데’라는 생각도 들고 점점 잊혀 가는 여러 선배들을 떠올리고는 회사는 결국 나를 잊는다는 엄연한 사실도 깨닫게 된다.


셋째, 죽음이 낯설지 않고 큰 우주의 질서 속에 인간이 짓는 일들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게 된다. 주변에서 종종 부고장이 날아오고 있고 부모님의 연세를 떠올리면 인간에게 죽음이란 늘 가까이 있음을 새삼 알게 된다. 2년 전 사전연명치료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의미 없는 생명연장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나에게 언젠가 어떤 연유로 죽음이 다가왔을 때 굳이 살려고 발버둥 치지 않겠다는 결의서로 여겨졌다.     


넷째, 인생에 정답은 없는 것 같고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구나 싶다. 옳다 그르다는 판단을 좀 보류하게도 된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일일이 그에 대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쓸데없는 짓인지 알게 된다. 세상에 대한 관심보다는 나에 대한 관심을 좀 더 가지는 게 현명함을 알게 된다.


이 모든 것의 결론은 내 인생의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결국 ‘나’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것도 고려해야겠지만 웬만하면  ‘나’의 취향을 존중해 주는 쪽으로 선택하고 가려한다. 그리고 내 인생의 모든 인연들에 대해 감사하고 그들이 늘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내어 본다. 이상이 내가 50대가 되면서 알게 되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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