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는 불행의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은 전후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음에도 어쩐 일인지 행복도 만큼은 늘 하위권에서 머물고 있는 특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우리에게는 건전한 개인주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한다. 인간이 혼자 사는 것이 아닌 이상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하지만 그것이 지나쳐 자신은 온데간데없고 늘 주변을 의식하며 살아간다면 그건 좀 피곤한 일이다. 긍정적인 면도 있긴 하다. 저 집도 하는데 나라고 왜 못해라는 마음은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자극도 주지만 비교의 대상은 늘 생기게 마련이니 마음 편할 날이 없는 것이다.
우리 집에는 20대 딸아이가 둘이 있다. 토익이다 자격증이다 해서 사회진출에 따른 여러 가지 준비들은 하고 있지만 아직은 이거다 싶은 것이 잡히지 않아 답답해하는 눈치이다. 그 나이에 겪어야 할 통과의례라 여겨지지만 부모로서 지켜보기가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 시국으로 어른들도 어려운데 저 아이들의 마음이 오죽할까도 싶다. 어제는 궂은 날씨에도 과제 때문에 도서관에 가려는데 한 녀석이 지친 모습으로 ‘아빤 그 에너지가 어디서 나와?’ 라며 무심하게 툭 던진다. 제 딴에는 아빠라는 사람이 주중에 직장 나가고 매일 글을 쓰는가 싶더니 대학원에 진학하고 쉬어야 할 주말마다 백팩을 메고 도서관에 간다고 하니 에너지가 넘친다고 여겨지나 보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 눈에는 그리 보일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리 힘든 일들이 아닌 것이 뒤늦게 찾은 재미에 이 상황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을 하나 세운 면도 있다. 인생은 내 생각대로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걱정하는 20대의 딸에게 50대의 아빠가 할 수 있는 조언은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하는 게 최선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20대는 앞으로 수많은 우연들을 만날 것이고 그 우연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50대의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지금 내 인생을 차지하는 비중 있는 것들 중에는 그 시작이 우연이었던 것들이 많다. 인생은 우연과 필연이라는 씨줄과 날줄도 엮어지는 한 폭의 천과 같은 거다. 그러니 20대에 아무리 미래를 고민해 본들 알 수가 없는 것이 인생이다. 딸아이에게 이런 말은 전해 주었다.
첫째,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는 일단 움직이면서 방향을 모색해 볼 것. 아무것도 하지 않고 미래에 대해 걱정만 하고 있으면 나중에는 생각의 무게에 짓눌려 일어서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우연의 기회를 만드는 과정인데 가만히 틀어박혀 걱정만 하고 있다면 우연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둘째, 그러다 그 가운데 뭔가 하나 얻어걸리는 게 있으면 좀 더 깊이 들어가 볼 것. 세상에는 할 일도 많고 살아가는 방식도 정말 다양하다. 하지만 내가 그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하나를 잡아 진척시켜야 하는데 이왕이면 왠지 끌리는 것, 질리지 않는 것이 좀 더 성과를 내게 된다. 질리지 않고 끌리는 것은 재미가 있거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게 돈이든 자기의 적성이든 알 수는 없지만 여하튼 그 일은 계속하게 된다.
셋째, 성공을 목표로 하지 말고 성장을 목표로 할 것.
선택한 것이 무엇이든 그 진행과정에서 주의할 것이 가급적 비교하지 않는 마음이다. 성공에는 늘 비교의 대상이 있다. 그것은 디지털적인 면도 있는데 ‘0’ 아니면 ‘1’의 세계이다.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적인 상황에서는 그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즐거움을 찾기 어렵다. 그냥 이 일을 한 5년 정도 하다 보면 지금보다는 좀 성장해 있겠지라는 마음을 내는 것이 무언가를 길게 오래 할 수 있는 방법 같다. 그래서 성장은 아날로그적인 면이 있다. 성장의 유일한 비교 대상은 지난날의 자기 자신일 것이다. 이렇게 성장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 순간 주위에서 성공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줄지도 모르지만 애초부터 성공이 목표가 아니었기에 다소 초연할 여유도 생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