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집안에 좋은 소식이 있었다. 막내 동생이 교장 연수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연수를 마치면 이제 교장 선생님이 되는가 보다. 교감으로 승진한 지 2년 전이라 좀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부산 교육계에서는 가장 어린 나이에 교장 선생이 되었나 보다. 어머님께 축하 전화를 드렸더니 시장통이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길렀는데도 모두 잘 자라주어 고맙다는 말씀과 당신의 아들들이 지금의 위치에 오기까지 애를 많이 썼겠다고 하신다.
초등학교 다닐 때인 70년대는 대부분의 살림살이가 비슷해서 잘살고 못 사는 구분이 그리 없었던 것 같다. 얼마 전 또래인 동료가 어릴 적 집에 먹을 게 없어 굶는 일이 많았다기에 같은 시대 딴 세상을 살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땅의 60년대 태어난 사람이 굶었다는 생각은 안 해봤기 때문이다. 그는 어릴 적 힘들었던 경험 탓인지 어떤 일이든 끈기 있게 극복하는 힘이 강했던 것 같다. 길을 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 그것을 딛고 일어서면 디딤돌이 되지만 그 돌을 탓하며 엎드려 있으면 걸림돌이 된다는 말이 있다. 시련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기도 하고 좌절시키기도 하는데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달려 있는 것 같다.
한국인들의 삶은 치열하기로 잘 알려져 있는데 강대국의 틈바구니라는 지정학적 위치나 분단에서 비롯된 안보의 위협 속에서 달리 선택의 여지가 있었겠나 싶다. 게다가 우리가 가진 자원이라고는 사람밖에 없으니 국민교육헌장의 한 구절처럼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길러야 했을 것이다. 이처럼 열악한 여건에서도 이렇게 살아가는 이 땅의 오늘이 감사한 일이다.
‘나한테 오는 것은 다 내 것이라는 마음으로 살아라. 그것이 행복이든 불행이든 다 내 것이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편해짐을 느꼈다. 나에게만은 좋은 일만 오길 원하지만 살다 보면 나쁜 일도 찾아오고, 좋은 일이 왔을 때는 계속 머물기를 원하지만 일순간 사라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일이 생기면 내가 잘해서 이룬 것이고 내 것이라 여겨 적극적으로 취하지만, 나쁜 일에는 남의 탓이나 환경 탓으로 돌리려고 한다. 하지만 ‘나한테 오는 것은 다 내 것’이라는 마음을 내면 그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내가 내 운명의 주체가 되어 수용하고 극복해 낼 당당함과 어떤 힘이 생겨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