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부터 하고 실수는 나중에 고쳐라.”
‘순서파괴’라는 책에 소개된 아마존의 일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서점에 진열된 책들은 그 다양함이 형형색색이지만 책 한 권의 내용을 압축하는 것이 제목이거나 아래를 감싸고 있는 띠지의 문안일 것이다. 유독 이 책의 표지 문구에 이끌렸던 이유는 나의 평소 생각과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때 망설이는 결정적인 이유는 그 선택으로 인해 손해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데 시작부터 결말을 알 수 있을까. 머리로는 알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조그만 힌트라도 얻고 싶은 마음에 타로점이나 역술원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저 문구도 사전작업을 하나 거쳐야 한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때는 먼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그 상황을 내가 수용할 수 있는가를 물어보고 시도하는 게 좋다. 인생에는 세 가지 중요한 선택이 있다고 한다. 가치관의 선택, 직업의 선택, 배우자의 선택이 그것이다. 개인에 대한 영향도가 크다 보니 이러한 선택을 앞둔 사람은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20-30대에 마주하는 직업이나 배우자 선택의 문제는 분명 고민스런 부분이다. 당시 고민들을 더듬어 보면 ‘어떤 일을 하며 살 것인가’ , ‘ 이 사람은 나와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인가’ 같은 것들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쓸데없다 여겨지지만 당시에는 꽤 무거운 고민들이었다. 그 때 이시형 박사의 책을 읽다가 시작의 망설임을 넘어설 수 있는 한 구절을 얻었는데 ‘이혼 할 수 있는 사람은 결혼 할 수 있다’ 라는 문구였다. 이혼이 무엇인가. 결혼의 최악인 상황이다.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지금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것은 다른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사표 낼 수 있는 사람은 직장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 , “헤어질 수 있는 사람은 새로운 만남을 가질 수 있다” , “고객의 거절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도 가능하다. 그 후로 무언가 새로운 선택이나 결정을 앞두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 선택에서 최악의 상황은 무엇인가. 나는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신기하게도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시작이 비교적 수월해졌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것은 지속하는 반복의 과정만 남게 되는데 이것도 오른발이 나가면 왼발이 따라오듯일이 진행될수록 관성이 붙어 가게 된다. 그 후 시작을 망설이는 누군가가 조언을 구해오면 내가 써먹는 ’시작의 방법’을 전해주곤 한다.
1 단계 : 그것을 선택 후 최악의 가능성은 무엇인가?
2 단계 : 그 상황을 너는 받아들일 수 있는가?
3 단계 : 받아 들일 수 있다면 일단 시작부터 하라. 부족한 것은 진행하면서 채워 나가면 된다. 시작부터 해야 하는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하지 않을 이유가 점점 더 생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