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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함께라는 가치의 회복

by 장용범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얼마나 공감하는 걸까. 한 장의 사진이 던지는 전쟁의 참상이나 재해 현장의 모습은 그것을 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남기지만 그것이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이라면 이내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만다. 그것은 아프리카 초원에서 사자의 임팔라 사냥을 연상시킨다. 무리 지어 한가로이 풀을 뜯던 임팔라들은 갑작스러운 사자의 습격을 받으면 이리저리 뛰어 달아나지만 어떤 한 마리가 희생되면 이내 평온한 무리의 모습을 되찾는다. 나만 아니면 된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타인의 고통도 그러한 것 같다.


일본에서 이색적인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사람이 보도되었다. 일명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고객이 찾으면 약속된 장소에서 만나 정해진 시간 동안 함께 하는데 그가 하는 일이라곤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었다. 그냥 고객의 말을 들어주거나 옆에 가만히 있어주는 게 전부라고 하는데 특별히 말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곁에서 꿔다 논 보릿자루처럼 가만히 있다가 돈을 받는 직업이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는다고 하는데 돈을 주고라도 가만히 내 곁에 있어 줄 누군가가 필요한 게 인간인가 보다. 이처럼 타인의 고통이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은 인간을 동물과 구별 짓게 하는 중요한 특징의 하나이다.


PC 시대의 독보적인 마이크로소프트사는 트렌드가 바뀌면서 10년이 넘도록 형편없는 기업가치를 보였다고 한다. 얼핏 떠올려도 스마트 폰으로 세태가 넘어온 이후 애플이나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들은 승승장구했지만 정작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서는 별 기억이 없긴 하다. 그런데 이 회사가 다시 기업가치 1위를 탈환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는데 그 안에는 직원 인사정책 변경이라는 특별한 비결이 있었나 보다. ‘당신은 얼마나 성장하였나’는 것과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를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전의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엔지니어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직원 간 경쟁이 심했던 구조였지만 이제는 내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의 성공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 기업을 살렸다고 전한다.


세계적인 기업에서도 나만 경쟁에서 이기면 되고 잘 살면 된다는 것은 흘러간 가치가 되고 있었다. 이제는 내가 잘 살기 위해서는 너도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이 새로운 가치로 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돌아보면 산업화 이후 인간의 삶은 무한경쟁에 내몰렸고 환경의 훼손과 계층 간 차이를 심화시켜 코로나라는 인류의 위기에까지 이르렀다. 이제는 과거의 경쟁적 패러다임으로는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것 같다. 우리만 해도 그렇다.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아무리 코로나를 잘 통제하고 극복하면 무엇하나. 북한 전역에 코로나가 퍼져 있는 상황이면 근원적 해결이 될 수 없는데. 자연계는 환경이 바뀌면 재빨리 적응해야 살 수 있다. 코로나로 바뀐 새로운 환경에서 내가 잘 되기 위해 당신도 잘 되어야 한다는 패러다임을 인류는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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